’대화론’ 선회 논란일듯…기대·신중 교차

’대화론’ 선회 논란일듯…기대·신중 교차

입력 2013-04-12 00:00
수정 2013-04-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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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제의 여부’ 한때 혼선…北 변화여부 주목

정부가 한반도 위기 탈출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대화론에 무게를 실으면서 남북관계가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당장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혼재하고 있다.

◇ ‘대화’로 무게이동 배경

정부는 당국 간 대화 촉구나 대북 특사 파견 주장이 나올 때마다 선 분위기 조성을 강조해왔다. 대화의 문은 열어놨으나 북한이 개성공단을 잠정중단하고 대남위협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대화가 열려도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정부가 며칠전 까지의 이런 태도와 달리 11일 대화를 제의한 것은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한반도 안보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이어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소극적으로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북측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망각하는 것 같아 이를 일깨우려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 대화 급선회 논란 예상

대화로의 선회에 대한 이른바 남남갈등도 예상된다.

그동안 당국 간 대화나 대북특사 파견 주장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북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1일 한국여기자협회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협박이 통한다는 인식을 북한이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북측이 ‘세게 협박을 했더니 효과가 있구나. 역시 남조선에는 협박이 제일 잘 통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앞으로 5년간 남북관계를 관리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의 위협·도발→위기고조→대화’의 잘못된 패턴은 반복하지 않겠다던 한미 양국의 입장이 사실상 무너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북한에 직접 대화제의를 한 것인지를 놓고도 논란은 벌어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성명에 대해 대화제기라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당일 저녁 청와대에서는 대북대화 제의를 한 것으로 보면 된다는 적극적인 해석이 나와 정부 내 메시지 관리에 혼선도 나타났다.

◇ 남북 대화 물꼬 틀지 주목

우리 정부가 대화 의지를 밝힌 이상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이 처음에는 애써 무시할 수도 있지만 고심하는 흐름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대화가 ▲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급 만남 ▲ 올해 하반기 금강산관광·인도적문제(이산가족 등) 논의를 위한 적십자 회담이나 고위급 회담 ▲ 내년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평화체제·북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 등의 수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발신에 반응을 보이면 가동중단한 개성공단에서 유연한 대응을 보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관련 동향을 노출했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여부도 주목된다.

그러나 북한이 ‘위협의 논리’가 통했다고 판단할 경우 미사일 발사로 우리를 더욱 압박한 뒤 추후 정세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이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면 개성공단뿐 아니라 남북 간의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되고 남북관계도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신중론도 제기된다.

북한이 그동안 갖은 위협을 다 쏟아낸 상황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는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대화로 급선회할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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