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입 수사 속도전
원세훈 전 국정원장
검찰이 경찰 수사를 뒤집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밝혀낼 경우 원 전 원장의 사법처리에만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정보기관을 움직인 ‘관권 선거’여서 현 정권에도 타격이 미칠 수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지난해 총선 및 대선 개입을 지시하고 보고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 출범 이후 인터넷 댓글을 단 여직원 김모씨와 이모씨의 직속 상관인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 이종명 전 3차장 등 지휘 라인의 핵심 인물들을 연이어 소환하며 원 전 원장 소환에 대비한 이유다.
검찰은 이날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인터넷 댓글 작성 지시 여부,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국내 정치 및 선거 개입 여부,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과 관련해 원 전 원장이 실제로 지시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원장님 지시 말씀 문건 등 모든 것을 다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대선 과정에서 종북좌파의 사이버 선전·선동 적극 대처 ▲4대강 사업, 세종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명박 정부의 주력 사업 홍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 1차 소환→원 전 원장의 1차 진술을 깨는 증거 수집→원 전 원장 재소환→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해 원 전 원장을 소환했고, 오늘 소환으로 조사가 다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원 전 원장의 신병처리 여부는 2차 소환 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몸통의 경우 신병처리 전에 소환하는데 원 전 원장 건은 기존 수사 패턴과는 다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원 전 원장의 해명을 듣고 그것을 깨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정치에는 개입했지만 선거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애매모호한 수사 결과를 뒤집을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댓글을 단 것으로 드러난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 기존 3개 사이트로는 종북활동 동향 파악이라는 국정원의 논리를 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반인도 잘 모르는 데다 영향력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이유다.
검찰은 네이버 등에 특정 아이디로 댓글을 단 정황도 파악하고 포털 측에 복수의 인물들에 대한 개인 정보를 요청했다.
네이버, 다음 등에 댓글을 달아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번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1, 2, 3, 5팀 70여명의 활동도 전방위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