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열람 합의 20일 만에 “회의록은 없다” 결론 이후
‘사초(史草) 실종’ 사태가 결국 검찰 수사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여야가 지난 2일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257명) 찬성으로 ‘판도라의 상자’인 국가기록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20일 만에 ‘회의록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초 실종’ 의혹이라는 새로운 혹을 떠안게 된 정치권으로서는 이를 묻어 두고 가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검찰 수사 불가피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수사는 회의록 행방 찾기와 더불어 ‘언제 어떤 과정에서 회의록이 누락됐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악수는 했지만…
여야 열람위원들이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색을 모두 마친 22일 오후 여야 열람위원 간사인 황진하(오른쪽) 새누리당 의원과 우윤근 민주당 의원이 운영위원회에 최종 결과를 보고하기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반면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이지원에서 팜스로의 자료변환 과정에서 보호기간 누락 의혹, 이관된 외장하드와 팜스 용량의 불일치 등을 지적했다. 이런 논란은 향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그대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야가 회의록 실종은 확인했지만 국회에 기제출된 정상회담 전후 관련 문서를 열람할지를 놓고선 2차 공방이 예상된다. 여당은 “회의록 원본이 없는 마당에 부속서류 열람은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그러나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논란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라면서 “새누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23일 단독 열람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는 친노무현(친노)계를 겨냥해 국정원에 보관된 정상회담 음성 파일 공개를 재차 주장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국정원 녹음 파일을 들으면 민주당도 쇼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증발된 회의록을 찾는 작업과 국정원 국정조사를 병행하자며 친노계를 달랬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가 묻힐 것을 우려하는 기류다. 회의록 증발사태 관련 특검을 주장한 친노계는 물러서면 참여정부의 회의록 폐기설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고민이 깊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3-07-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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