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감사’ 부인하면서 정치권 압력 주장 논란
임기를 1년 7개월여 앞두고 자진 사퇴한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이임사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 독립성 논란과 관련,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양 원장은 이날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 이임사에서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1년7개월 남은 자신이 사퇴하는 것은 외부의 압력이나 종용에 따른 것은 아니며 스스로의 결심임을 확인한 것.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양 감사원장은 이임사 곳곳에 자신이 전격 사의표명에 이르게 된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을 시사하는 듯한 토로를 감추지않아 파장을 예고했다.
우선 양 원장은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임기를 지켜낼 수 없는 정황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양 원장은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 힘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의 재임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한 압력을 비롯한 정치적 외풍이 적지않았음을 강하게 풍긴 것으로 감사원의 직무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상당히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양 원장은 정치적 외풍이나 독립성 훼손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이 발언은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양 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는 4대강 감사번복 논란에 따른 자신의 불가피한 용퇴결정과 청와대의 사퇴종용,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양 원장과 청와대와의 갈등설 등이 거론돼왔다.
반면 4대강 감사번복 논란으로 여권 전체로부터 신뢰를 잃은 양 원장이 ‘출구’를 찾기위해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자처하고 있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양 원장은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소신있고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권력에 굴신하는 모습을 보여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려 스스로 이런 사태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임식을 마친 양 원장은 감사원을 떠나기 전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주차장 광장에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취재진이 몰려가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양 원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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