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수사 응하되 무리한 요구 용납못해”…이석기 ‘침묵’
국정원이 29일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두고 있는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진보당 인사들이 과연 이에 응할지 주목된다.진보당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응할 경우 혐의를 둘러싼 국정원의 수사는 탄력을 받고 진상규명도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수사협조를 거부하면서 버티기로 대응할 경우 국정원과 진보당간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더 치열해지면서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 대상자들 소환 시작 = 국정원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근래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에게 30일 오전 9시까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본원으로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국정원은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전날 검거된 3명을 제외하고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나머지 수사대상자들에게도 소환장을 전달했거나 조만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이날 ‘국정원으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입을 꽉 다물었다. 김근래 부위원장도 국정원 출석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에따라 진보당 인사들이 국정원의 소환에 곧바로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진보당 “기본 수사에는 응할 것” = 이런 가운데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날조이고 모략”이라면서 “기본적인 수사에는 응하겠지만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그러나 기본적인 수사가 어느 범위까지를 의미하고,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진보당의 이 같은 입장은 제한적, 선택적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의 핵인 이석기 의원위 압수수색이 처음 이뤄진 전날에는 ‘잠적’했다가 이날은 국회에서 열린 당 대책회의에도 참석하고 이어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해 실시된 압수수색에 순순히 응한 것도 이런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정은 국정원 수사를 전면 거부할 경우 자칫 각종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점이 무엇보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의원을 비롯해 진보당에선 국정원의 이번 혐의 주장에 대해 ‘용공조작극’, ‘허위날조’라고 전면 반박하고 있는 만큼 실제 수사에 협조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형법상 최고 범죄인 ‘내란죄’의 경우 구체적으로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회피보다 사실상 정면돌파라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혐의를 받고 있는 진보당 인사들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이 범죄를 입증해야 한다.
홍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증책임은 국정원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빨리 정리해야 국정원의 못된 버릇을 고친다고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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