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증인 CEO 줄세우기, 로펌은 웃었다

국감증인 CEO 줄세우기, 로펌은 웃었다

입력 2013-11-04 00:00
수정 2013-11-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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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말투 ‘이미지 메이킹’ 법적 분쟁으로 발전 않도록 두루뭉술한 답 교육은 필수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증인석에 서기 전에 이미지 메이킹을 비롯한 사전교육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CEO는 국감 증인석에 서기 위해 꼬박 1주일 이상을 컨설팅 회사로 출퇴근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CEO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했다. CEO를 비롯해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덕분에 호황을 누린 곳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태평양과 같은 대형로펌들이나 컨설팅 기업들이다. 대기업 증인 출석이 많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질의에 대해 사전 탐색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3일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보통 연조가 있는 변호사들은 ‘잘 부탁한다. 누가 불렀냐’는 등 사실관계를 묻고, 젊은 변호사들은 주로 ‘의원님이 무슨 질의할 거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법적인 분쟁으로 발전할 소지를 사전에 막는 교육은 필수다. 지난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반성할 점”이라고 답한 데 대해 또 다른 보좌관은 “법적인 문제를 피해 갈 수 있는 모범답안으로, 가장 두루뭉술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한 의원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손짓과 말투·옷매무새에 대한 교육에는 이미지메이킹 연구소들까지 동원된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일가가 출석 내내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로 답변하는 모습은 대표적인 이미지메이킹 사례로 꼽힌다.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과 의원실이 미리 질의 내용과 답변을 사전조율해 시나리오를 만들거나 증인 채택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확실히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사안에 대해 ‘네 맞습니다, 고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답변하도록 미리 실무진끼리 조율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3-1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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