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념 성향 우측으로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비노무현계 인사들을 당직에 전진 배치하면서 당의 정체성과 이념 성향을 ‘우클릭’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과 전격적인 연대를 염두에 둔 지도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 측과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최근까지 기류가 당직 개편과 함께 급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당내 비노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야권 연대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민주당 새 당직자 ‘결의’
민주당 신임 당직자들이 16일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신임인사와 함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대표비서실장,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 노웅래 사무총장, 이윤석 수석대변인, 박용진 당 홍보위원장.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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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2, 3등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 양쪽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며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러면서 “무작정 각자 갈 길을 간다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이고 판단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안 의원과의 연대를 언급한 이유는 야권 분열로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민주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방선거 사령탑인 노웅래 신임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 측과의 연대에 대해 “정부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구도가 된다면 민주당 중심의 야권 연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라디오에서 안 의원과의 단일화와 관련, “경쟁이 아닌, 다른 큰 상생의 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최근 기류와 무관치 않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제1야당 대표로서 전국 단위 야권 연합을 성사시켜 승리로 이끌었던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그는 개인 성명을 통해 “선거 연합은 구태나 구정치가 전혀 아니다. 모든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가장 선진적인 정치 과정”이라고 연대 옹호론을 폈다. 이어 “지지자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연합은 유용하고 현실적인 길”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연대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돌고 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전제로 가장 낮은 단계의 연대인 정책 연대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찾는 장점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부터 안철수 신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힘을 합치는 이른바 ‘빅텐트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이 여의치 않으면 안 의원 측을 민주당으로 흡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4-01-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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