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 알아볼 수 있을까”…기대 속 초조한 이산가족

“동생들 알아볼 수 있을까”…기대 속 초조한 이산가족

입력 2014-01-28 00:00
수정 2014-01-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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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근 한적 총재, 설 맞아 이산가족 위로 방문

“가고 싶고 보고 싶지요…그런데 이제 다 늙어서 동생들 얼굴을 봐도 알아볼지 모르겠어요.”

28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자택에서 만난 이산가족 유선비(81) 할머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곧 이뤄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다시 실망하게 될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유 할머니는 1951년 1·4후퇴 때 고향 황해도 연백군에 가족을 두고 삼촌, 오빠와 셋이서 남쪽으로 피난을 온 이후 60여 년간 생이별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 9월 추석 이산가족 상봉 최종 대상자로 선정돼 북한에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동생 3명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행사 연기 통보로 평생의 소원이 눈앞에서 좌절되는 고통을 겪었다.

유 할머니의 딸 홍성신(43)씨는 “작년 가을 상봉 무산에 따른 충격으로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다”라며 “이제 겨우 기력을 찾았는데 이번에도 못 가게 되면 정말 쓰러지신다”라며 걱정했다.

유 할머니는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지만 상봉만 이뤄진다면 꼭 가고 싶다고 했다.

”기대는 많이 되는데 이제 다 늙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세월을 탓하기도 했다.

내내 담담한 표정이던 유 할머니는 고향 얘기가 나오자 감정이 북받치는듯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 할머니는 고향이 지척인데 “이제 먼 길이 됐다”라고 한탄했다.

유 할머니는 “북한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잘 되지 않겠어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그런데 아직 답변이 없어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초조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유 할머니 집에는 유중근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가 설을 맞아 위로차 찾아왔다.

유 총재는 설 선물과 위로금을 전달하면서 지난해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이 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총재는 “이번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한적의 소망”이라며 “남아있는 분들이 하루 빨리, 자주, 정기적으로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적은 설을 앞두고 이날 유 할머니를 비롯해 전국 이산가족 200명을 위로방문했다.

한편 북한은 내달 17∼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자는 우리측 제안에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에 확인했는데 아직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연락이 안 왔다”며 “북한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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