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에 사과·보상 전제 명시…시기상조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날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을 긍정 평가를 하면서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단절됐던 한일정상간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박 대통령은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본 정부 및 정치지도자의 언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관계는 1년 넘도록 경색 국면이 지속됐다.
극우로 평가받는 아베 내각의 퇴행적 역사 인식과 우경화 흐름이 노골적으로 이어지면서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다보스포럼 등에 두 정상이 나란히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담은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한 것.
더구나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한데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며 담화 수정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 성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미국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미국은 역내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한·미·일 3각 동맹을 복원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견제의 안보 틀을 공고화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 성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 드리고 한일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일관계 개선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아베 내각의 명시적이고 현실적인 사과 및 보상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또 아베 총리의 무라야마·고노 담화에 대한 계승 입장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향후 행동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이나,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 영토·과거사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하다는 점, 핵안보정상회의 개막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아 의제 조율 등 준비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등에서도 아직은 회담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 핵안보정상회의 때 한일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치는 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요청은 상대방(일본 정부) 자유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밝혔으며, “시간이 부족하다는 취지인가. 일본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둘 다”라고 답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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