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방선거 앞두고 국회서 기선잡기 치열할 듯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기초연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방송법, 원자력방호방재법,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비준동의안 등을 놓고 곳곳에서 격돌할 조짐이다.이번 국회는 ‘민생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데다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둬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지만, 주요 쟁점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자력 방호방재법과 방위비 분담금 협정 비준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초연금, 방송법 등 드러난 문제들을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다른 곳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여야의 이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에서는 지방선거 초반전 기세를 잡기위한 여야간 양보없는 일전이 예상된다.
◇ 기초연금, 이번엔 해결될까 = 정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31일부터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재가동하지만 견해차가 여전해 처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새누리당은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월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을 주장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지 말고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개정해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차별없이 월 2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쪽 다 ‘더는 양보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 있지만 4월 중 타협안을 만들지 못하면 정부가 예고한 7월 지급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는 관측도 있다.
더욱이 7월 지급이 물 건너갈 경우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양당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 ‘현안산적’ 미방위 정상화될까 = 2·3월 임시국회의 ‘뇌관’이었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 여부가 4월 국회의 운명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정기국회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미방위의 체증이 뚫려야 줄줄이 대기 중인 100여건의 각종 법안이 통과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산적한 미방위 현안에 대한 여야의 우선순위가 달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요청했던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을 최우선 처리 대상으로 손꼽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방송법 개정안부터 해결하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방송법의 경우 새누리당이 방송사 노사 동수의 편성위 구성과 위반시 처벌 조항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우려된다.
다만 미방위에 함께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과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개선법안 등 민생법안의 처리를 늦추지 말라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여야가 벼랑끝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기초선거 공천폐지·증거조작 의혹 ‘충돌’ =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불가피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월 국회를 정당공천제 폐지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대여압박에 나설 태세다. 정부·여당의 공약파기를 집중 부각시켜 여론을 움직인 뒤 새누리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무(無)공천으로 부적격 후보들의 난립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무공천을 마치 정치개혁인양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역공을 펼칠 방침이다.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특검 수사를 요구하면서 대정부질문과 소관 상임위를 통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간첩 사건과 증거조작은 별개의 문제”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사건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방위비분담·전월세 대책도 쟁점 = 이밖에 새누리당은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비준동의를 서두르고 있다.
협정 비준이 늦어지면 주한 미군에서 일하는 우리 근로자와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당장 4월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쓸 곳을 정하지 못한 분담금 예치금액으로 상당한 이자가 발생한다는 점 등의 문제를 들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신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월세난을 잡기 위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이른바 ‘세모녀 자살사건 방지법안’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에도 이미 비슷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합의 처리가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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