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라인 인선 안보상황+지역안배+검증 ‘다목적포석’

안보라인 인선 안보상황+지역안배+검증 ‘다목적포석’

입력 2014-06-01 00:00
수정 2014-06-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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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합의·北도발위협 지속 상황 최우선 고려한 듯PK 편중 논란 속 호남 안보실장, 충청 국방장관으로 지역배려’인사검증’ 논란 차단에도 신경…검증단계 국정원장 ‘양복조’ 기용할듯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열흘 만에 공석인 국가안보실장과 후임 국방장관까지 한꺼번에 인선을 단행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출렁이는 안보상황을 고려, 안보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최근 일련의 고위직 인사와 관련한 지역편중 논란 속에서 지역안배를 기하고, 부실 사전검증 논란을 차단 하기 위해 ‘안전한 인물’을 고르는 등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 북일 합의 등 안보상황 유동성 커져…더는 공백 안돼 = 이번 안보라인 인선은 무엇보다 국가안보 상황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북한의 4차 핵위협이 지속되고 연평도 우리 함정 인근에 대한 포격 등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는 데다,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북일 합의로 끌어냄으로써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특히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경질된 지 이날로 열하루째를 맞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공백은 국가안보에 심각한 ‘구멍’을 초래할 가능성을 박 대통령은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지속되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의 공백을 방지하고 안보태세를 확고히 하기 위해 오늘 새로운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부터 3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 북일 합의 이후 3국 간 대북공조 유지 및 강화 방안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은 물론 국방장관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안보실장에 군 출신인 김 장관을 기용한 것은 북한 핵위협 같은 급박한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론으로 무장된 학자나 전문가 출신보다는 야전과 작전, 전략 분야를 두루 경험한 ‘제복조’가 적임이라는 박 대통령의 소신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김 내정자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 출범 이후로도 4년여간 국방장관을 맡아오면서 박 대통령의 안보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점도 이번 인선의 요인으로 꼽힌다.

◇ PK 편중 논란에 호남·충청 기용으로 지역배려 =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되고 이후에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이 사실상 국회의장 자리를 예약하면서 입법-사법-행정부의 수장이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으로 채워질 거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른바 ‘PK 독식론’이다. 물론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문제로 자진 사퇴하면서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지역편중 문제의 ‘휘발성’을 충분히 감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날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 인사는 현 정부에서 매우 미흡했다는 ‘지역배려’ 부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상당히 신경을 썼을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우선 김 안보실장 내정자는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다. 전임 김장수 안보실장 역시 호남 출신이었다.

한민구 국방장관 내정자는 충청(충북 청원) 출신이다. 최근 국회의장 임기를 마친 강창희 의원이 대전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한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안보자문 그룹으로 박 대통령의 안보 정책 성안에 참여해온 ‘친박 인사’로 평가된다.

◇ 인사검증 리스크도 고려한 듯 = 안보실장과 국방장관 내정은 인사검증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도 강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안대희 총리카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않아 낙마 사태가 발생하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한 만큼, 이번 인선은 그런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안보실장 자리는 장관급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안보 컨트롤타워라는 막중한 위치여서 국회 차원은 아니더라도 언론의 검증은 불가피하다.

김 내정자는 이미 국방장관으로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안보실장으로 낙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또 군출신이냐”는 일각의 비판은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한 내정자 역시 2011년까지 군복을 입고 있었고 군에서 많은 존경을 받아온 인사라는 평판이 많아 지금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메뉴처럼 문제가 돼 온 재산이나 도덕적 문제 같은 결정적 흠결이 없다고 청와대가 판단했을 수 있다.

◇ 국정원장은 ‘검증 중’ = 이날 공석인 국정원장 인선은 발표되지 않았다.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보의 또 다른 한 축인 국정원장은 현재 검증작업이 진행 중이다. 검증이 끝나는 대로 내정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 경질 후 11일째지만 아직도 적합한 인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인사청문회가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안대희 낙마’ 이후 인사검증 칼날이 어느 때보다 날카로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하마평에 올랐던 일부 인사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고사하면서 인선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모 인사가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에 ‘고민’을 던져줬다는 설도 나온다.

다만 김장수·남재준 경질 이전까지 안보실장-국정원장-국방장관이 모두 군 출신이 임명되면서 안보라인을 군이 장악했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군 출신 안보실장과 호흡을 맞출 국정원장은 민간인 출신, 이른바 ‘양복조’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2차장을 역임한 이병기 현 주일대사나 김숙 전 국정원 1차장 등이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외교관 출신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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