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얘기 없었다” 발표…강경파 반발 조짐에 “사실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 결과를 여야 공동으로 발표하고는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표 내용이 잘못됐다며 번복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공식 발표에서 “개헌 논의가 없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을 거세지자, 뒤늦게 실제 논의 내용과 다르다면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29일 국회에서 1시간 가량 회동했고, 이를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15개 항목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발표 당시 취재진이 “개헌얘기가 있었나”라고 물었지만 주 정책위의장은 “없었다”고 답했고, 백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발표 직후 당내에서는 “지나치게 여당에 끌려다녔다”, “문을 박차고 나와도 모자란데 ‘호인정치’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심상치않은 기류를 감지한 대변인실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인들이 자꾸 개헌의 ‘개’자도 안꺼냈느냐고 묻기에 설명한다”며 “회동에서 개헌과 관련한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여당의 요청으로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개헌 논의 이외에도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 내용에 “취지가 잘 반영이 안됐다”면서 조목조목 설명을 이어갔다.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한다’는 것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이었으며, ‘합법적 감청은 필요하나 과도한 감청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발표는 “카톡 사찰 문제 등 민주주의 위기를 강조하다가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둘 중에서 하나만 성공해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발언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작권과 관련 동두천과 용산 주민들을 배려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발표도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 부분은 문 위원장의 지역구가 동두천 옆 의정부라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강경파들 사이에서 야당이 너무 약한 모습을 보였다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반발을 조기에 차단하고자 대변인실이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도 이날 안철수 의원의 장인상 문상을 간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발표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런 대목을 지켜주되 (논의를) 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발표를 뒤집은 것에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백 정책위의장이 여당의 페이스에 말렸다. 망신을 자초했다”고 비난이 나왔다.
더불어 “회동에서 발표까지 모두 매끄럽지 못했다. 백 정책위의장 뿐이 아닌 지도부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민주당 시절이던 2008년에도 정세균 당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했고, 이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자 당내 강경파들이 반발하며 후폭풍을 겪었다.
지난해에도 김한길 당시 대표가 박 대통령,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3자회동을 해 ‘국정원 댓글 사건’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갈등만 깊어지는 등 대통령과의 회담 ‘뒤끝’이 좋지못한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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