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靑민정수석, ‘항명사태’ 도대체 왜

김영한 靑민정수석, ‘항명사태’ 도대체 왜

입력 2015-01-09 17:12
수정 2015-01-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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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유출자 회유 의혹’ 野공세 차단위한 ‘극약처방’ 관측 민정수석 불과 2년새 곽상도,홍경식 이어 3번째 낙마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출석 지시를 거부한 뒤 사퇴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항명사태’를 일으킨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실장이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현안보고’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김 수석의 행동을 전한 이후 김 수석은 수차례 통화 시도에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국회 운영위에 배석하지 않고 청와대에 남은 관계자들은 대부분 긴급회의에 소집됐으며, 일부 인사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당하고 곤혹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며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항명 배경에 대해서는 “본인 말고는 누가 알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정확한 사퇴 배경이 전해지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 수석이 항명을 택한 것이 국회 운영위에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간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야당의 압박에 밀려 자신이 출석한다면 현안이 터질 때마다 ‘민정수석 운영위 출석’이라는 관례를 만들 수 있어 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하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항명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사표를 던지고 희생함으로써 문건 파동을 덮고 대통령과 실장을 보호하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수석이 ‘상명하복’ 문화가 뚜렷한 검찰 조직에서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해왔고, 직속 상관인 김 실장이 법조계 대선배라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번 문건 유출자 중 한 명인 한모 경위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 항명의 핵심적이자 직접적인 이유가 아닌가하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 의혹은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또다른 문건 유출자로 지목받은 뒤 자살한 최모 경위가 유서에서 한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적으면서 불거진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해당 의혹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김 수석은 자신이 운영위 전체회의장에 출석하면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공세가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아예 불출석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경북 의성 출신인 김 수석은 경북고와 연세대를 나와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 서울지검 공안1부장과 대검 공안 1·3과장, 일선 검찰청 공안부장검사를 두루 맡은 전형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이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3기 청와대 참모진 개편 때 임명됐다. 당시 김 수석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에 대해 상황 판단력과 조직 장악력이 우수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신 있게 할 말을 하는 타이프이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해 선후배 사이에서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명 초기 김 수석은 1990대 초 검사 시절에 술자리를 함께한 검찰 출입기자 한 명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친 전력이 공개되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 수석은 김 실장이 “사표를 받고,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조만간 해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 3명이 모두 문책성 사유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곽상도 초대 수석은 정부 출범 초기 장관(급) 인사들의 잇따른 낙마 등 인사참사와 관련해 2013년 8월 경질됐고, 후임인 홍경식 수석도 지난해 6월 총리 후보 2명의 연쇄 낙마에 책임을 지고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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