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무상시리즈 손볼 대책없어
새누리당에서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론’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되고 있다.대선 공약에 역행하지만 증세가 공론화된만큼 차제에 정공법으로 증세를 하거나 2010년부터 ‘시리즈’처럼 이어지는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조정 내지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파를 불문하고 잇따른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 사건 역시 근본적 원인이 무상보육 확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교사 자질을 비롯한 어린이집의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데 있다는 문제의식도 넓게 퍼져 있다.
그러나 참패가 예상됐던 지난 19대 총선에서 무상보육, 기초연금, 반값 등록금 등 각종 ‘좌파 이슈’ 선점으로 국회 과반을 확보하고 내친 김에 대선 승리까지 거머줬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말을 뒤집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한 친박계 핵심 당직자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총선·대선 공약을 할 때는 경제활성화로 세수가 늘어나면 무상 복지가 가능하다고 봤다”면서 “그러나 경제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팀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와 부동산 부양책으로 난국을 타개하려고 하지만 정책의 약발이 좀처럼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와 맞물려 ‘무상 시리즈’를 뒷받침할 복지 재원의 바닥도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데 있다. 무상복지 축소나 증세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쉽지 않다.
당이 공무원연금에 이어 군인·사학연금 개혁까지 확대하려던 정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고,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에서는 소급 환급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세금을 올린다는 것은 정권을 내놓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는 것은 다 받고 싶어하지만, 내주기는 싫어하는데 증세하자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고민을 토로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법인세 인상의 경우 기업의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이란 이유로 경제라인에서 반대하고 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초를 만드는 데 참여한 강석훈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 세출 구조조정 등의 노력을 다한 다음에 큰 틀에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를 어떻게 가져갈지 얘기해야 한다”며 “일단 지금은 (증세를) 논의할 때는 아니다”고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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