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제3후보’ 성공 엇갈린 전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2년 만에 귀국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면서 정치권에는 반 총장의 ‘대망론’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비록 발표 하루 만에 북한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본인의 의지를 강력하게 담아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로 했던 것도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파장이 컸다.
이렇게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한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갖추면서 이미 정치권에서는 2017년 대선 후보군에 반 총장을 올려놓는 분위기다.
정작 자신은 “여론조사에서 빼달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15∼16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대통령 적합도’가 36%를 넘어 기존 후보군을 20% 포인트 이상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가히 ‘반기문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한 형국이다.
더욱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맞물리면서 반 총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떨어질 줄 모른다는 점에 정치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흡사 새로운 정치를 주창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과거 안정적 행정 경험을 앞세웠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거센 돌풍을 일으켰던 분위기가 재연되는 듯하다.
반 총장의 퇴임 시기도 2016년 12월로서 그로부터 1년 후 열리는 대선과 절묘하게 겹친다.
그러나 역대 제3후보로 등장해 돌풍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지만, 성공한 사례도 전무하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성공에 대한 정치권의 전망은 엇갈린다.
새누리당 한 고위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의원은 “반 총장의 지지율과 인기도가 올라가는 것은 국내 정치에 실망한 여러 상황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충청권의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능성 있는 많은 분들이 부각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진짜 미래를 위한 인재라면 민심을 읽는 노력을 오랜 기간 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받는 게 중요하며 반 총장은 충분히 그런 자질과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 밖에 있을 때는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보이다가도 막상 안으로 들어왔을 때 급속도로 민심이 가라앉는 모습을 최근 정치사에서 너무나 많이 봐왔다”고 밝혔다.
실제 ‘장외 대장주’라고 해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도덕성과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면 신드롬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성완종 파문’에 반 총장의 이름이 거명되고, 동생까지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에서 일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은 두고두고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아직은 여야 어느 진영의 후보가 될지 몰라 평가를 자제하고 있지만 실제 반 총장이 정치적 좌표를 정해 출마하는 순간 상대편에서는 집중포화가 전개될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반면,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금의환향’할 경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도권의 새누리당 한 의원은 “대권 레이스는 소위 얘기가 되고 경쟁력이 쟁쟁한 여러 후보가 나와서 접전을 펼쳐야 흥행할 수 있다”면서 “만약 반 총장의 평화의 메신저로서 통일 대통령의 위상을 갖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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