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금융이어 안보협력 공감대…‘투트랙’ 외교 가속

한일 경제·금융이어 안보협력 공감대…‘투트랙’ 외교 가속

입력 2015-05-31 11:50
수정 2015-05-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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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범위 확대는 ‘과거사 日 태도’ ‘국민 정서’가 관건

과거사를 비롯한 갈등으로 경색 국면을 이어가던 한일관계가 안보 분야의 협력을 통해 개선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한일 양국은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4년여 만에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해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양국 장관은 한반도 지역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시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대원칙에 동의하는 등 민감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

양측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비롯한 군사적 현안을 논의할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함으로써 지속적인 대화의 틀도 마련했다.

한일간 뿌리 깊은 과거사·영토 갈등과는 별개로 안보, 경제 등 다른 분야의 협력은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투트랙’ 기조가 현실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 양국은 지난 23일에는 도쿄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나가는 데 합의했다. 지난 23~24일에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한일 통상장관회담을, 지난달 11일에는 한중일 관광장관 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광장관 회담도 개최한 바 있다.

한일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국방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는 동북아시아의 급변하는 안보 현실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북한이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에 성공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의 강도를 높인 것은 한미일 3국간 군사적 공조의 필요성을 자극했다.

미국이 중국의 견제를 겨냥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며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힘을 쏟는 것도 한일간 안보 협력을 견인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은 이번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안보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점진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일간 안보 분야의 교류·협력이 한일관계 개선의 추동력으로 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관계에서 안보는 대표적인 경성(硬性) 분야인데다 일제 강점의 역사를 가진 한국이 한일관계의 근본적 변화 없이 일본과의 군사 협력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별도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제의했으나 한 장관이 신중한 입장을 보인 데서도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국민적 정서’를 고려했다며 “(일본과) 비전투 분야의 교류·협력은 진행하되 고위급 교류는 검토해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자는 나카타니 방위상의 요구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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