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회담, 南통일부장관-北통일전선부장 채널 가능성

당국회담, 南통일부장관-北통일전선부장 채널 가능성

입력 2015-08-30 10:09
수정 2015-08-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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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2’보다는 ‘통-통 라인’ 적절 판단…北 수용 여부 미지수

남북이 지난 25일 타결된 판문점 고위급 접촉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키로 합의한 당국 회담이 남측의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통일전선부장 채널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 당면한 남북 현안을 풀기에는 한동안 끊겼던 이른바 ‘통-통 라인’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30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당일인 지난 5일 북측에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을 때 회담 주체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이었다.

당시 북한은 상부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이 없다면서 그런 내용이 담긴 우리 측 서한을 수령하지 않았다.

광복 7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담으로 통일부 장관-통일전선부장 채널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향후 서울 혹은 평양에서 개최될 회담의 수석대표로 통-통 라인 수장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문점 고위급접촉 성사과정에서 북측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접촉을 요구했고, 이에 우리 측은 ‘국가안보실장-군 총정치국장’ 또는 ‘통일부장관-통일전선부장’ 접촉으로 수정 제의했다.

이에 북측은 황병서 총정치국장·김양건 부장을 내세우면서 김관진 실장·홍용표 장관 조합을 요구했고 이를 우리 측이 최종 받아들이면서 고위급 접촉이 성사됐다.

이번 ‘2+2회담’에서 우리 통일부 장관의 파트너가 북한 통일전선부장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통-통 라인 수장 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과거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는 수많은 장관급 회담이 열렸지만, 우리 통일부장관과 북측 통일전선부장이 회담 수석대표로 만난 적은 없었다.

과거 북측은 우리 통일부장관의 상대로 내각책임참사를 내세웠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2007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은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선 데 비해 북측은 내각 책임참사가 단장으로 나섰다.

내각책임참사는 북측에서는 당 부부장급, 우리로서는 차관급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 대표단 구성은 격의 측면에서 그동안 남북 간 관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무박 4일’의 협상 끝에 극적 합의안을 도출한 ‘2+2회담’이 재차 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인 국가안보실장이 회담의 수석대표를 맡는 대화채널을 정례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청와대는 큰 그림을 그리는 곳이지 회담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2+2는) 회담의 틀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2+2회담과 관련 “비정상적 상황에서 가동된 것인데 그것을 매번 할 수 있겠느냐”며 “평상시 회담에서 남북현안을 다룰 때는 이것(2+2회담)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2회담은 최근 한반도 위기상황 때처럼 필요할 때 개최될 수 있지만 정례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통-통 라인 수장 채널 가동이 적절하다고 정부는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남측 통일부 장관과 북측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당국자 회담을 제안하더라도 북측이 수용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측이 과거보다는 통일부 장관-통일전선부장 회담에 대한 거부감이 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북측은 이번에도 통일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 안보실장을 불러낸 것으로 북한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안보실을 직접 상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 현안을 실질적으로 협의, 해결할 수 있는 협의체로서 당국자 회담을 준비하는 한편, 여러 분야별 실무회담도 개최하는 등 남북 회담의 정례화·체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당국 회담에서 우선 논의될 남북 현안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전면적 생사확인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 경원선 복원 ▲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립 ▲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 유감 표명 및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 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 등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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