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사장 거취 논란, ‘선진화법 폐해’로 언급했다가 제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대해 언급하려다가 막판에 이를 뺀 것으로 알려졌다.김무성 대표연설. 김명국 전문기자 daunso@seoul.co.kr
안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을 때 트위터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거칠게 비방한 글을 올린 사실이 지난해 2월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문제삼아 안 사장의 퇴진을 요구해왔고, 1년 넘도록 안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의사일정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로 인해 기재위는 예산부수법안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10건, 올해 3건의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칠 정도로 사실상 ‘휴업’ 상태다.
김 대표는 애초 연설문에 “국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곳이지, 개인이나 정당이 ‘분풀이’를 하는 곳이 아니다”며 “그런데 지금 국회에선 야당이 안 사장의 거취 문제와 기재위 의사일정을 연계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법안 통과가 대부분 스톱되는, 정말 국민이 공분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정부에 대해서도 “KIC 사장 문제의 경우 담당 부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장 한 명의 거취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가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려 했으나, 대표연설에서 특정인의 거취를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이 대목을 삭제했다는 후문이다.
안 사장 거취문제는 사실 여당 입장에서도 ‘앓던 이’였다. 이 때문에 국회 기재위 차원에서도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고, 인사권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약속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최 부총리와 함께 안 사장의 사퇴를 종용하려고 여러 차례 접촉했으나, 안 사장은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임기가 보장된다는 이유를 들어 여태껏 버티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김 대표가 안 사장의 거취에 발목이 잡혀 기재위의 법안 처리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을 지적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여당은 야당을 비난하기에 앞서 안 사장의 퇴진에 대한 합의부터 지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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