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文고향’ 부산서 첫 민심청취…‘지피지기’ 전략

반기문, ‘文고향’ 부산서 첫 민심청취…‘지피지기’ 전략

입력 2017-01-16 13:49
수정 2017-01-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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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부산서 노조·학생·상인 만나…文과 양강구도 노려 ‘봉하마을→팽목항→5·18’로 진보성향 지지기반 확보 시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경상남도 거제와 부산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듣는다.

지난 14일 충청북도 음성·청주는 고향에 인사차 들른 것이고, 전날 경기도 평택도 군부대 방문 목적이었다. 사실상의 첫 지방 방문지가 이들 지역인 셈이다.

거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생지다. 부산은 문 전 대표가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적 고향’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반 전 총장으로선 초반 행보부터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이 회사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조선 산업은 우리나라의 침체한 경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은 노조 간담회에서 “귀국 이후 첫 지방 일정 방문지를 거제로 잡은 것은 그만큼 조선 산업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에서 만난 인사들이 경영진이 아닌 노조라는 점도 눈에 띈다. 노사 문제에서 노조 측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신호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부산으로 이동, 유엔 기념공원을 방문해 기념묘지에 참배한다. 이어 유엔 기념관에서 대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한다.

자신이 10년간 수장을 맡았던 유엔을 기념하는 공간, 문 전 대표의 터전, 청년층공략 등 3가지 상징성을 고려한 행사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이 거제와 부산을 찾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우리 경제의 현주소, 민생의 현장이라 방문하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귀국 이후 행보와 메시지는 다분히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헌법 개정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문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섰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를 강조, ‘정권교체’를 앞세운 문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와의 대립각은 자신과 문 전 대표의 양자대결 구도를 확립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거제와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는 17일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 것은 이 같은 해석에 더욱 힘을 싣는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고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노 전 대통령의 ‘은덕’을 입었다는 측면에서 봉하마을의 묘역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반 전 총장 측은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도 거제·부산과 김해를 거쳐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과 광주로 이어지는 반 전 총장의 동선은 호남 및 진보 진영에 대한 구애로 비친다.

반 전 총장은 특히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데 이어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특별한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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