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양대거점’ 광주·대구 찾아…탈이념·탈지역주의 표방화재피해 여수 수산시장, 대구 서문시장 찾아 ‘민생 챙기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하루에 광주와 대구를 모두 방문하면서 ‘대통합 행보’를 이어갔다.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조선대학교에서 강연했다.
광주는 호남 정치권의 심장부다. 특히 5·18 묘지는 ‘민주화의 성지’로 일컬어진다.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 이어 진보 진영의 상징적 공간 한복판으로 뛰어든 것이다.
반 전 총장은 5·18 묘지에서 “광주와 호남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시발점이 되는 곳으로, 민주주의의 원산”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로 간다. 영남 정치권의 거점이자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곳이다.
반 전 총장이 다소 빡빡한 일정에도 광주와 대구를 잇달아 방문한 것은 탈이념·탈지역주의 노선을 표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치의 양대거점이자 지역 대립의 대명사인 두 곳을 찾음으로써 대권 도전 선언에 앞서 ‘대통합 지지기반’을 넓혀 두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의 ‘영·호남 패권주의’를 넘어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입당 여부는 설 연휴 이후 밝히기로 했다. 만일 기존 정당 입당을 택하더라도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럼에도 이들 두 당의 ‘정치적 도읍지’를 방문한 것은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전날 경남에서 전남으로 서진(西進)한 데 이어 이날 광주에서 대구로 동진(東進)한다.
동서를 두 차례 가로지르고, 이날 저녁 대전으로 이동한 뒤 오는 19일 귀경하는 3박 4일의 동선을 그린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영·호남을 횡단하며 광주의 조선대, 전남 여수 수산시장, 대구 서문시장 등 ‘청년’과 ‘상인’이 밀집한 장소를 방문지로 잡았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에도 부산에서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고 깡통시장,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민심을 두루 듣겠다는 취지지만, 지역적으로 호남에서, 계층적으로 청년·서민층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인식으로도 읽힌다.
또 여수 수산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은 최근 큰불로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이날 방문은 ‘민생 챙기기’ 행보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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