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 장기화 부담…위장전입 논란 ‘발목잡기’ 인식도 영향준 듯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의원 입각’ 카드를 내걸고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과 일부 장관급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인선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문 대통령은 30일 김부겸 행정차지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는 취임 20일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내각 인선으로,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한 묶음으로 입각시킨 점이 특징이다.
이번 인선 발표는 정권초기 국정운영의 틀을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돌파카드’로 풀이된다. 이미 발표된 후보자들에 대한 위장전입 논란으로 인선 자체가 상당 시간 미뤄진 상황에서 더는 국정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전날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양해’ 입장을 표명하면서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와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의 협의를 통해 현실성 있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게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라”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인사를 단행한 데서도 문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여기에는 이번 논란이 야당의 ‘발목잡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문제가 되는 위장전입이란 게 부동산 투기나 자녀의 강남 학군 입학을 위한 ‘악성’을 전제로 한 상식적인 기준이 있음에도 야당이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위장전입이란 틀을 씌웠다는 인식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제가 당선 첫날에 곧바로 총리 후보자 지명을 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인사 탕평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런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국정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야당이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인식이다.
결국 ‘협치’라는 단어에만 매몰돼 ‘비합리적인 공세’에도 야당의 입만 바라봤다가는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새 정부 초기 정국 주도권 쟁탈전과 연결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보만 했다가는 야당에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문 대통령이 공언한 개혁 드라이브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공행진을 보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문 대통령이 인선을 단행한 배경의 하나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22∼26일 전국 유권자 2천523명을 상대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0%포인트)를 실시해 전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4.1%를 기록했다. 역시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26일 유권자 516명을 상대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4.3%포인트. 이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찬성 의견이 72.4%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선 구체안 마련을 지시한 상태에서 곧바로 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야당이 반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31일 예정된 국회의 총리 인준 표결과 강경화·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단행한 장관 후보자들을 현역 정치인으로 한정한 것도 국정공백 차단과 함께 국회의 인사검증 통과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역 정치인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이날 조각은 지역과 여성을 모두 배려한 ‘콘셉트 있는’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행자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부겸 의원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근거지인 대구를 지역구로 둔 만큼 ‘통합형’ 인사로 해석된다.
전북 출신의 김현미 의원 기용은 호남 배려와 함께 여성 발탁의 의미를 지닌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박근혜 정부 4년간 전북 출신 장관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차관 4명이 전부였다. 인사차별을 바로 잡아 전북 인재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 데 이어 초기 내각 30%를 여성으로 채우고 임기 내 여성 입각률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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