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말로 안 한다’ 의지 피력…美에 무력시위 먼저 제안

文대통령 ‘말로 안 한다’ 의지 피력…美에 무력시위 먼저 제안

입력 2017-07-05 09:43
수정 2017-07-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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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맥매스터 라인 통해 한·미 연합 무력시위 제안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급’ 도발에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지시한 것은 북한의 도발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연합 무력시위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을 공개한 것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앞에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대해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규탄 성명을 내는 수준에서 대응해 왔다.

실제 북한의 도발 당일인 4일 우리 정부는 외교부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 성명’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언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높인 만큼 규탄 성명 정도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보다 강도 높은 대응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은 원천봉쇄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와대 안보실과 국방부 등이 대응 방안을 검토해 여러 대안을 보고했으며, 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훈련 시행을 지시했으며, 정 실장은 4일 오후 9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연합 무력시위를 제안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우리 측의 연합 무력시위 제안을 받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측 제안에 전격 동의했다.

주목할 점은 정 실장과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이 통화한 시점이다. 4일 오후 9시는 미국 워싱턴 현지시각으로는 4일 오전 8시다. 7월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로 우리나라 광복절처럼 매우 상징적인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그야말로 ‘쉬는 날, 눈 뜨자마자’ 정 실장의 전화를 받고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청와대가 이번 연합 무력시위는 우리 측이 제안한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전격 동의했다는 점을 공개한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은 대부분 미군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다는 점과 훈련에 참여하는 화력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미군이 훈련을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합 무력시위는 한국이 제안한 것임을 밝힘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에서 천명했듯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측 무력시위 제안을 받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님의 단호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까지 소개했다.

이는 한·미 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응징한다는 점에 한·미 양국 정상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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