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에 군사회담·적십자회담 동시 제의…“北호응 기대”

정부, 北에 군사회담·적십자회담 동시 제의…“北호응 기대”

입력 2017-07-17 09:38
수정 2017-07-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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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구상’ 이행 본격 착수…남북관계 중대 분수령

정부는 17일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동시 제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에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것은 처음으로, 남북관계가 중대 분수령에 접어들게 됐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회견에서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리면 남북이 각각 진행하고 있는 확성기 방송 중단과 전단 살포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두 회담의 제안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10·4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며 밝혔다.

북한이 우리의 회담 제의에 응하면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군사회담만으로는 2014년 10월 비공개접촉 이후 33개월 만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과거 남북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면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장관은 “남북이 마주 앉는다면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군사회담에 대해선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적십자회담에 대해선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각각 회신해달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이후 모든 남북 간 통신 채널을 단절한 상태로,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이들 채널이 복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군사회담에 대해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와 회담 성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작년 5월 제7차 당 대회에서 “북남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반면 적십자회담에 응할지는 더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뒤 다시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펴고 있다.

정부는 탈북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귀순했고, 우리 국민인 김련희씨를 북으로 돌려보낼 법적인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의 제안대로 10월 4일에 이산가족 행사가 열린다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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