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중 정상회담, 관계개선 물꼬…‘갈등관리’ 합의”

전문가 “한중 정상회담, 관계개선 물꼬…‘갈등관리’ 합의”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15 11:18
수정 2017-12-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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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절제된 언어로 관리 평가…합의 구체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北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의 물꼬를 트는 긍정적 계기로 평가했다.

반면 주요 합의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정상회담 전후의 진행 과정에서 일부 미진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 전반에 대해 “문 대통령이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중국이 먼저 하기 어려운 상황에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다”며 “막혀있는 상황을 풀어내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전체적으로 양국이 갈등을 관리해나가자는 큰 틀에서의 합의를 확인했다는 점과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연계시키는 논의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한중 경제협력의 틀을 협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양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 4대 원칙에 대해 “한반도 전쟁 불가가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며 “미국 일각에서 대북 군사옵션이 거론되는 마당에 한중 정상이 전쟁 불가 원칙을 선언한 것은 우리 정부의 평화 우선 국정기조에 비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4대 원칙 합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구체성이 결여됐다거나 전략적으로 봤을 때 중국의 입장이 반영돼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준영 교수는 “합의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 누가 전쟁을 찬성하겠나”라면서도 “제재 공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전쟁 불가부터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옵션을 반대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니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전쟁 불가 부분은 중국이 한국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측면이 크다. 향후 한미가 어떻게 의견을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 “중국 쪽의 발표 내용을 보면 대북 제재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슈에 대한 양 정상의 언급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봤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시 주석이 자국 언론과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사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관계 발전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한권 교수도 “양국 지도자가 사드 현안을 언급하면서도 굉장히 절제된 언어로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접 인사의 격이 전보다 낮아지거나 방중 첫날 중국 측의 주요 인사들이 베이징을 비우는 탓에 일각에서 ‘홀대’ 논란이 불거진 것은 다소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준영 교수는 “중국의 성의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행사를 그다지 띄우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사드 배치를 반대해온 상황에 갑자기 성대히 맞이하기가 체면상 어려웠을 수도 있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함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의전 논란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행사(난징대학살 추모식)가 있는 상황을 우리가 알고 간 것이 아닌가”라며 “한중간 고위급 대화를 열어야 한다는 것을 문 대통령이 그만큼 절박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호 기조실장은 방중 기간 중국 측 경호원들의 청와대 출입 기자단 폭행 사건에 대해 “아쉬운 일로 중국이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엄정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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