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비서실장 노영민 유력 거론…靑 2기 ‘친정체제’ 구축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중 비서실장·정무수석·국민소통수석 교체 인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조국 민정수석 등은 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비서실장·정무수석·국민소통수석 세 자리에 대해 복수의 후보군을 두고 검증 중인 것으로 안다”며 “발표 시기는 이르면 내주, 늦더라도 내달 2∼6일 설 연휴 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다만, “검증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인사의 콘셉트인 쇄신의 의미를 살리려면 전체 인선을 한꺼번에 발표해야 한다. 한 사람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인사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후임으로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노영민 주중대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노 대사는 지난 연말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했을 때 문 대통령을 비롯한 소수와 별도의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물려 이미 직간접적으로 의사 타진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노 대사는 19대 국회 당시 문 대통령을 아주 가까이서 보좌한 핵심 측근으로, 그가 차기 비서실장을 맡을 경우 문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노 대사는 17∼19대 국회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개혁 성향의 여권 중진의원 출신으로,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친문(親文·친문재인) 진영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았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2015년 라디오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주요 정치 현안을 누구와 상의하느냐’고 묻자 “노영민 의원과 상의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노 대사는 2015년 말에는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두고 국회 산업위원회 산하 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판매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이 여파로 20대 총선에서는 공천배제(컷오프)를 겪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의 경선 캠프와 본선 선대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고, 대선 직후에는 유력한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다가 결국 주중대사로 낙점됐다.
노 대사 외에 비서실장 후보로는 조윤제 주미대사가 꼽힌다. 조 대사는 집권 중반기 경제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서실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 일부에서는 호남 출신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름도 오르내린다.
이들 후보 중 한 명이 비서실장이 된다면 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나 2020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병도 정무수석 후임에는 강기정 전 의원이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강 전 의원의 경우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시절 비문(非文) 진영의 공세가 거셀 때 앞장서 방어한 친문인사로 꼽힌다”며 “강 전 의원을 인선한다면 선명성을 원하는 핵심지지층이 환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 전 의원은 특히, 애초 정무수석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혀 작년 10월 인사검증이 사실상 완료됐다는 전언이 나와 검증에 따른 위험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강 전 의원이 정무수석이 된다면 차기 총선에 출마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비례대표인 이철희 의원 역시 강 전 의원과 함께 차기 정무수석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수석은 교체 시 임 실장과 마찬가지로 차기 총선 준비에 돌입할 전망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를 나가게 된다면, 성남 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과 입각할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된다. 입각할 경우 차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낙점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윤 수석 후임에는 민주당 비례대표 김성수 의원이 유력하게 지목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승진 인선 가능성도 동시에 거론된다.
다만 이철희 의원이나 김성수 의원이 청와대 수석으로 합류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의원직 승계 등을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장·정무수석·국민소통수석을 제외한 다른 실장·수석급은 이번에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등 급박한 외교·안보 일정을 고려하면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는 청와대 내 ‘3실장’ 가운데 2명을 동시에 교체하는 것은 조직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국 민정수석은 사법개혁의 상징성이 있는 데다, 문 대통령이 특별감찰반 논란을 수습하고 공직기강 쇄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며 신뢰를 재확인한 만큼 당분간 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수석을 지금 교체한다면 야권의 ‘민간사찰 의혹’ 공세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 수석은 때가 되면 민정수석에서 물러나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강하다”며 “그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 수석 자신도 “정치를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임무를 마친 후 반드시 학교로 돌아간다”라고 이날 연합뉴스에 밝혔다.
조 수석이 청와대를 나가 총선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는 일각의 관측을 부인한 셈이다.
또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번 개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경제라인 참모진 역시 이번 개편의 영향권 밖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분야 참모진은 지난해 말 한 차례 진용을 새로 갖췄고, 문 대통령이 경제·민생 분야 성과를 최우선으로 주문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함께 관심이 쏠리는 개각은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새해 첫 민생현장 방문지로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한 뒤 취재진을 만나 “내각은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므로 검증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리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개각을 하면 문재인정부 출범과 동시에 입각한 김부겸 행정안전·김영춘 해양수산·도종환 문화체육관광·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내년 총선 대비를 위해 여의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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