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저공위협’ 한일갈등, 탐지음 공방으로 번질듯

‘레이더-저공위협’ 한일갈등, 탐지음 공방으로 번질듯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20 15:50
수정 2019-01-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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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탐지음 공개 방침에 전문가들 “레이더 경보음 만으론 증거 안돼”

한국 군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국방부 유튜브 캡처
한국 군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국방부 유튜브 캡처
일본 초계기에 대한 한국 함정의 레이더 조사(照射·비춤) 주장과 한국 군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논란이 ‘레이더 탐지음’ 공방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0일 해상자위대 소속 P-1 초계기가 탐지했다는 레이더 경보음을 한국 군함(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조사 증거로 이르면 이번주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우리 군은 경보음만 공개할 경우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방위성이 ‘새로운 증거’로 초계기에 기록된 소리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며 하와이를 방문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귀국하는 20일 이후 공개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일본은 P-1 초계기에 장착된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에 녹음된 경보음을 증거로 내놓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RWR은 레이더 전자파를 음파로 전환하는 장치다. 항공기를 위협하는 신호가 포착되면 어떤 장비에서 나온 것인지를 분석해 조종사에게 화면으로 시현해주는 장비이다.

일본이 그동안 공개했던 동영상에는 RWR 경보음이 나오지 않는다. 일본 측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장성급 회의에서도 우리 측이 당시 해상초계기 RWR의 경보음이 울렸는지를 묻자 “군사보안이기 때문에 답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일본 측이 뒤늦게 RWR의 경보음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배경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지속해서 국내·외적으로 이슈화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단순히 레이더 경보음만을 공개하는 것은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초계기에 녹음됐다는 경보음이 한국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180)에서 나온 것인지를 분석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에는 녹음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군의 한 전문가는 20일 “레이더 경보음 자체만으로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면서 “실제로 경보음이 울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STIR-180의 전자파인지, MW-08(3차원 대함·대공 레이더) 추적·유도 모드의 전자파인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RWR은 추적레이더 뿐 아니라 탐색레이더에도 반응한다.

광개토대왕함은 2차원 장거리 탐색 대공레이더(AN/SPS-49)와, 3차원 대함·대공 레이더(MW-08), 사격통제레이더(STIR-180)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MW-08은 대공 모드와 추적·유도 모드 겸용이다. STIR-180은 파장의 세기가 크고 긴 레이더 전자파를 쏴 표적을 추적한다.

우리 군은 당시 STIR-180은 운용하지 않았고, 나머지 두 레이더는 대공모드로 가동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

당시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북한 어선 구조 활동을 하던 우리 해경정도 레이더를 가동 중이었다. 우리 해경정은 켈빈 레이더를 탐색 및 사격통제 겸용으로 쓰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측이 한국 해경정이 가동한 레이더를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용 레이더로 오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다른 전문가는 “일본이 지난달 28일 레이더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초계기가 녹음한 레이더 경보음도 함께 공개했어야 했다”면서 “뒤늦게 공개하면 그것이 당시 레이더 경보음인지, 아니면 일본 측에서 나중에 더빙한 경보음인지 누가 알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해당 레이더 경보음이 광개토대왕함의 STIR 레이더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근거와, 위협이었는지를 분석한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면서 “특히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경보음을 탐지했다고 주장한 시점부터 실시간으로 위협 시현 계기판에 기록된 자료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과 전문가들은 일본이 레이더 경보음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경보음 자체만을 공개한다면 이는 일방적인 주장에 그칠 뿐 아니라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국방부가 전날 NHK 보도(레이더 탐지음 공개방침)에 대한 입장자료에서 “일본은 공개하겠다는 경고음이 우리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로부터 조사받았다는 시점의 경고음인지가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방부는 “부정확한 경고음을 공개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으므로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은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요구했다.

군 전문가는 “만약 일본 초계기가 STIR의 위협을 감지했다면 대공 무기를 회피하는 ‘채프’(흰색 금속성 물질)를 발사하고, 즉시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났어야 하는 것이 조종사들의 기본 매뉴얼”이라며 “일본 초계기는 오히려 우리 함정 150m 상공으로 저공 위협비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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