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미씽·1987…이번엔 ‘기생충’ 관람

택시운전사·미씽·1987…이번엔 ‘기생충’ 관람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19-06-23 22:52
수정 2019-06-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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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영화 관람의 정치학… 빈부 문제 메시지

“폐 끼치고 싶지 않다” 감독·출연자 안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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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23일 오전 용산 CGV에서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관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감독과 출연자는 만나지 않고 영화만 봤다”고 말했다. 감독과 배우 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황금종려상 발표 직후 페이스북 등에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축하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 준다”며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삶에서 찾아낸 얘기들이 참 대단하다.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했었다.

이날 누적관객 900만명을 돌파한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빈부 격차, 불평등을 다뤘고, 봉 감독이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

문 대통령이 이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정치지도자의 영화관람 행위는 그 자체가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대선이 임박한 2012년 9월 문재인 후보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끝나고 5분 넘게 일어나지 못했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오늘은 소감을 말 못 하겠다. 감명 깊게 봤는데 눈물이 많아져 갖고…”라고 했다. 그렇게 ‘광해’는 당시 문 후보의 지향점이 투영된 영화로 각인됐다.

대선 유세 때 “매달 한 번씩 영화나 연극 등을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역할을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던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영화로 2017년 8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를, 같은 해 10월 부산영화제에서는 소외된 여성 문제를 다룬 ‘미씽: 사라진 여자’를 봤다. 지난해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항쟁을 다룬 ‘1987’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문 대통령은 ‘택시운전사’를 본 뒤 “광주민주화운동이 늘 광주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국민 속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 이런 게 영화의 힘”이라고 했고, ‘1987’을 본 뒤에는 “우리가 노력하면 세상이 바뀐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9-06-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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