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장 사퇴… “대선행보 본격화” 관측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동반성장이라는 ‘대의’를 놓고 재계와 갈등을 빚은 것이 표면적인 이유인 것처럼 비쳐졌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전적 해체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성장위 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위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과 함께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지금 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0년 12월 2년 임기로 위원장에 취임한 뒤 1년 4개월 만이다.
그는 “대기업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동반위 출범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사라졌고, 위원회를 통한 합의마저 반쪽짜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경련에 대해 “다시 태어나거나 발전적 해체의 수순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경제정의와 법을 무시하고 기업철학마저 휴지통에 버리길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 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면서 재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익공유제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과 실업 증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몰락 등이 벌어지는 동안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면서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대권 등 정치권 참여에 대한 의향도 숨기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동반성장의 세상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고민할 것”이라면서 “무슨 역할, 어떤 방식이든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정치 참여 의사를 내비쳤고, 이 대통령은 “충분히 검토하고 행동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후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과 함께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정 위원장이 현 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한 ‘거물’인 데다 ‘전경련 해체론’이 공론화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3-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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