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대학업무 이관 주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서 빠져나와라.”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명확한 실체가 알려지지 않고 ‘설’만 분분한 미래부를 기피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미래부의 범주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부처들은 정부조직 개편 움직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래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대로 미래전략과 과학기술, 신성장동력 등을 총괄하는 거대부처로 거듭날 경우 공무원들의 역학관계나 산업계 등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큰 그림을 그리는 부처와 정책집행을 맡는 부처가 함께 있게 되면 집행 부처가 ‘을’(乙)이 될 수밖에 없다 ▲집행부처 내에서 단기과제를 주로 하는 부처가 장기과제 담당 부처보다 ‘갑’(甲)이 된다는 등 정부 조직의 불문율에 자신들이 현재 처한 여건을 대입해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4일 “각자 처한 여건에 따라 미래부에 편입되는 데 대한 호불호가 제각각”이라면서 “서로 유불리를 따지며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과 기획재정부 예산·미래전략 등의 분야를 제외하면 미래부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정보통신 생태계를 총괄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할 전담 부처의 설치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김동욱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도 기자들에게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통합해 담당할 경우 우선순위가 단기 실적 중심의 ICT로 쏠리게 되는 만큼 과학 발전을 위해서도 ICT는 독립 부처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통신학회, 한국정보통신정책학회 등 ICT 관련 25개 학회도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미디어 전담 부처 신설을 촉구했다.
고등교육 정책 관련 기능을 고수하려는 교육계의 입장도 비슷하다. 대학 등 고등교육은 연구개발 기능과 묶어 미래부로의 이관이 유력시되는 분야다.
이종열 인천대 교수는 이날 한 세미나에서 “대학이 과학부처 소관이 되면 4년제 대학보다 훨씬 교육 기능의 비중이 큰 전문대학 지원에도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인문·사회·예술 등 비(非)과학 분야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1-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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