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강세땐 수출악화·원 약세땐 민생 직격탄…새 정부 환율정책 딜레마

원 강세땐 수출악화·원 약세땐 민생 직격탄…새 정부 환율정책 딜레마

입력 2013-01-19 00:00
수정 2013-01-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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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인수위에 비공식 보고

일본발(發) 글로벌 ‘환율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다음 달 25일 출범할 새 정부가 ‘환율 스탠스’를 어떻게 설정할지 관심을 모은다.

5년 전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강만수-최중경’ 투톱 라인의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고환율 정책이 정권 5년 동안 유지됐다. 이는 ‘MB 정부’가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 경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8일 한국은행의 비공식 업무보고에서 환율 안정대책과 통화정책 기조 등을 보고받았다. 이례적으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보고에서는 급격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 등 경제 전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해 온 민생과 성장의 방점이 ‘환율 스탠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유지될 경우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원화 약세’(환율 상승) 쪽으로 환율 정책을 선택하면 물가가 들썩일 수 있어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환율은 연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8일 1057.2원에 장을 마감하며 일주일 이상 1050원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의 양적 완화 조치로 앞으로도 원화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각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20조엔(약 240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대를 통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인수위도 이 같은 복잡한 국내외 경제환경 때문에 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원칙론만을 밝히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이라는 대세에 역행하는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주체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 조절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속도 조절을 통해 환율 하락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거나 적정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당국이 환율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미세 조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01-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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