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나흘만에 ‘한숨’ 돌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공식 일정을 갖지 않았다. 지난 25일 취임식 당일부터 내리 사흘 빡빡한 ‘취임 외교’와 수석비서관 회의 주재 등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취임 나흘 만에 모처럼 한숨을 돌리는 시간이었다.시간은 자꾸 가는데…
대통령이 취임한 지 나흘이 지났음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외국 외교사절단 도착을 기다리며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공식일정은 없었지만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수석비서관들로부터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야 대치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와 관련한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27일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넷TV(IPTV)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 두고 IPTV 사업을 진흥하는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에 당·청 관계자들은 “여당의 절충안 제시에 이어 민주당의 타협안이 나온 만큼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27일 오후 국회를 찾아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우 수석부대표 등을 예방한 것은 이러한 논의의 결과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도 하루빨리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실무진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 중에 ‘원안대로’ 등 야당을 자극하는 표현은 넣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극적 타협을 위한 내부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무위원들의 청문회에 대해서는 일단 원칙론이 대세다. 특히 ‘무기중개상 재직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도 잇따라 용퇴론이 나오고 있지만, 인사청문회도 거치기 전에 스스로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연합사 등을 방문했을 때도 김 후보자를 동행시켰었다. 다만, 부정적 여론이 더 확산되면 ‘용퇴’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인선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서는 정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가 이날 사흘째 출근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고 사회안전비서관이 갑작스럽게 교체되는 등 주요 비서관 인선을 두고 혼란이 야기됐다.
모 선임행정관은 당초 발표된 곳과는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시스템 미비에 따른 결과로 본다”면서 “대통령이 이 기회에 이런 문제를 정리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도 관계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2013-03-01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