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통과 법안 0건… 11년째 예산안 시한 초과 오명
‘정기국회 3개월간 통과 법안, 전무(全無).’예산안을 12월 2일까지 처리하도록 헌법이 정해놓은 시한을 11년 연속 어기게 된 국회가 떠안은 또 하나의 오명이다. 19대 첫 정기국회였던 지난해 여야는 대통령선거라는 바쁜 일정을 앞두고도 9∼11월 3개월간 119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18대 국회 마지막 해인 2011년 정기국회에서는 같은 기간 55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2010년은 정국이 꽁꽁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3건의 법안이 의결됐다.
어떤 대립, 어떤 이유에서도 이행됐던 ‘법안 처리’라는 국회의 가장 기초적인 업무가 2013년에는 완전히 멈춰 선 것이다. 2013년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난 9월 2일 이후 국회가 처리한 법안수는 15건으로 집계됐으나 국회 본회의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가결 또는 부결된 게 아니라 당초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들이 스스로 철회한 것들이었다. 정치권은 도저히 이해받을 수 없는 ‘역대 최악’의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해 명분을 쌓으며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지만,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이 같은 몰염치한 행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며 국민생활에 해악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의 대결은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부터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민생과 정치 현안을 분리해야 한다. 국회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정치 쟁점은 쟁점대로 싸워야 제대로 된 국회”라며 2일에도 민주당이 예산 심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예산안 단독 상정도 불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의사 일정 거부는 ‘불통정권’의 반민주·반민생 폭주를 막기 위한 투쟁”이라고 맞섰다.
여당은 예산안을 단독 심의해도 야당 협조 없이는 예산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오는 10일 폐회하는 정기국회는 ‘처리법안 0건’이라는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3-12-0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