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국회 보좌진協 오늘 첫 간담회
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 논의경쟁적 자료 수집에 양측 소모적 혹사
갈등 해결 위해선 업무 협조·타협 중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자료 제출 등을 놓고 대립해 온 입법부와 행정부의 고질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공무원노조(국공노), 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맹(광공련) 등과 국회 보좌진협의회가 올해 국정감사(10월 2~21일)를 앞두고 정식으로 만나 해결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가 국감을 앞두고 국회 보좌진협의회와 만나 간담회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국공노 관계자는 2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자유한국당보좌진협의회(한보협), 바른미래당보좌진협의회(미보협) 등과 국감을 앞두고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국감 때마다 지나친 자료 요구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국회 보좌진과 공무원이 업무 협조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국공노와 광공련은 24일 한보협·미보협과 낮 12시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하고, 25일에는 민보협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연다.
간담회에서는 과도한 자료 및 촉박한 기한 내 자료 제출 요구 개선, 중복된 자료 제출 개선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 지방 고유사무에 대한 국감 폐지, 국가 차원 현안에 대한 국감 실시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
공무원노조 측에서는 안정섭 국공노 위원장, 김현진 광공련 위원장과 문화재청·관세청·중소벤처기업부·기획재정부·산림청·경찰청·국가보훈처·농림축산식품부·우정사업본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환경부·통계청 등의 지부장이 참석한다. 국회에서는 조현욱 민보협 회장, 이종태 한보협 회장 등이 참석한다.
그동안 국감 철만 되면 의원실과 공무원 간에 자료제출과 관련한 갈등이 많았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모든 자료를 정리해 달라거나, 방대한 자료를 당장 내일까지 만들어 달라고 하는 식이었다.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퇴근했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밤을 새워서 자료를 만드는 사례가 흔했다.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편집해야 하는 보좌진도 과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감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자료를 모으는 탓에 보좌진과 공무원 모두가 혹사받는 셈이었다. 한 국회 보좌진은 “화풀이성으로 10년치 이상의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보좌진의 문제”라고 했다.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과장급 중앙부처 공무원은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할 때가 가장 난처하다”며 “자료제출 요구는 입법부의 고유권한이라 최대한 이행하려고 하는데 없는 자료를 당장 만들어 내라고 할 때가 가장 고역”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은 “자료를 본인의 생각대로 각색해 만들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고 했다.
반면 자료제출 요구는 입법기관의 고유 권한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 15년차 보좌관은 “국정업무 점검 차원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문제 삼는 건데 제출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국공노 관계자는 “공무원 노동자 대표인 노조와 정당별 보좌진 협의회 간담회를 기회로 소통과 상호 신뢰 문화 형성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민보협 관계자는 “국공노 측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의견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9-09-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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