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는 다른말… “잘못된 기억” 뒤늦게 해명
이 대사는 29일 베이징 시내 한 식당에서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에 대해 민생개선에 집중하라고 했다는 얘기(청와대의 발표)를 듣고 좀 의아했었다”면서 “회담장에서 민생과 관련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발표듣고 의아했었다”
이어 “정상회담장에는 우리쪽에서 10명이 배석자로 들어갔었고 (통역사가) 양국정상의 발언을 통역해주고 있었다”면서 회담장 상황까지 설명했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사안의 중대성을 뒤늦게 깨달은 이규형 대사는 “후주석의 민생발언은 듣지 못했지만 북한이 민생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은 중국 당국자들이 통상적으로 자주하는 말이다”면서 “(후주석의 발언도) 그런 취지로 해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의 이날 발언은 후진타오 주석의 북한 관련 언급을 두고 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거짓 혹은 과잉 브리핑’을 했다는 의혹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었다.
후 주석의 북한민생 발언은 당초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할 거란 예상을 뛰어넘는 분명한 대북 강경의사 표시라는 것이 청와대쪽의 설명이었고 중국의 확고한 방침과 태도에 고무됐었던 게 사실이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수차례에 걸쳐 후 주석의 북한민생 발언을 확인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정상회담이 끝난 뒤 “중국의 대표께서도 북한이 민생을 챙겨야지 수억 달러의 돈을 쓰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을 했다”고 확인했던 사안이다.
정상회담 발언록을 다시 확인해 보겠다던 이규형 대사는 간담회가 끝난 뒤 1시간쯤 뒤 “중국은 북측에 위성발사 포기 및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에 다시금 주력하도록 권고했다”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오찬 간담회에서 한 말은 잘못된 기억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주중대사관 조용천 정무공사도 “(발언록을) 재확인한 결과 후 주석 발언 중에 민생 관련 부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직접 당사자인 중국도 정상회담결과에 대한 한국쪽 발표에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한중 정상 간에 오간 대화 내용을 다 공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규형 대사와 주중대사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장에 직접 배석했던 이규형 대사의 당초 언급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현직 주중대사 “후 주석 발언 몰라” 석연찮은 의문
국제적 사안, 특히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을 극도로 삼가온 중국이 국가주석의 입을 통해 “북한은 위성 발사를 포기하고 민생발전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중국의 대북외교 관례를 깨는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후 주석의 발언을 두고 북한의 김정은 체제 출범과 광명성 3호 발사계획 발표 이후 북중 고위층간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중정상회담에 대한 청와대의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 주석의 ‘북한민생’ 발언의 진위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돼온게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회담장에 배석까지 했던 현직 주중대사가 정상회담이 끝난지 사흘이 지나도록 후 주석의 이런 중대발언이 있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또한 이 대사의 해명으로 후 주석 발언 여부 논란을 잠재워지겠지만 우리 정부의 부실한 대중 외교력 문제는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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