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연기] 공동개발 아닌 완제품 구매… 러만 쳐다보는 한국

[나로호 발사 연기] 공동개발 아닌 완제품 구매… 러만 쳐다보는 한국

입력 2012-10-27 00:00
수정 2012-10-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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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측 판단만 전달받고 연기 결정

26일의 나로호(KSLV-I) 발사 연기 사태는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개발한 나로호 사업에 내재된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1단 로켓의 헬륨가스 주입부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 것도 러시아이고, 해결책도 러시아가 제시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내 결정권자는 발사 중지 및 연기 과정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심지어 우리 측 연구진은 러시아 측 판단을 전달받고 기계적으로 연기 결정을 내렸을 뿐 여러 시간이 지난 후에야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나로호가 러시아에서 1단 로켓 완제품을 만들어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나로호는 당초 2002년 8월 100㎏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발사체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한 ‘소형위성 발사체 개발사업’으로 시작됐다. 2004년 9월 러시아가 공동 파트너로 결정됐다. 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은 어느 나라도 쉽게 알려 주지 않지만 당시 러시아가 외환위기로 재정난이 심각했던 점을 파고든 틈새 전략이었다. ‘한·러 우주기술협력협정’을 체결했을 때만 해도 발사체 기술 이전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6년 10월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이 새로 체결되면서 공동개발이 아닌 구매 형태로 계약 내용이 바뀌었다.

이후 두 차례 실패를 거쳐 3차 발사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해 사업 자체가 별다른 효용이 없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우주개발 분야 핵심 관계자는 “단순한 구매라면 굳이 러시아와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겉모습만 공동 개발의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발사 후 공중 폭발한 2010년 2차 발사의 경우에는 발사 실패 원인을 두고 양국이 서로의 기술은 공개하지 않은 채 책임공방만 벌였다. 이번 발사 연기도 명백한 러시아 측 과실이지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단순한 실수인지, 부품 자체의 오류인지 등을 따질 만큼의 기초 지식을 우리가 못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결국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고흥 윤샘이나기자sam@seoul.co.kr

2012-10-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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