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신뢰’ 세미나… 한·미·중 3색 시각
“북·미 간 신뢰 구축은 과거에 모두 실패했고, 앞으로도 딜레마적 상황이 될 것이다(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북한이 도발하면 한국이 반드시 보복한다는 부정적 신뢰부터 먼저 구축해야 한다(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교수).”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29일 우리 외교부가 연 국제회의에서 북한과의 신뢰 구축의 핵심을 이같이 제시했다.
미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외교부·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북·미 간 신뢰 구축은 매우 어렵다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빅터 차 교수는 “현 국제체제의 대표적 적대관계인 북·미관계는 (박근혜정부의) 신뢰구축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면서도 “미국과 북한의 과거 25년간의 외교 협상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약탈국가라고 비판하며, 한쪽의 안보와 생존을 협상용 카드로만 인식하는 한 신뢰 구축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관점에서 신뢰가 한·미 양국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때만 구축되는 것이라면 북한이 원하는 건 비핵화가 아닌 핵 합의이고, 체제안보가 아닌 체제보장”이라며 “이 같은 요구는 미국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딜레마적 상황만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그는 “대북 외교와 대화의 목적이 신뢰 구축인지 위기 관리인지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인 자칭궈 교수는 “신뢰 구축은 상호 의존성의 확대를 의미한다”며 “북한과 곧바로 긍정적 신뢰를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쌓기’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국이 반드시 응징한다는 일관된 메시지의 실천이다. 그럼에도 자칭궈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에는 확실히 돕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한 법률적 준비를 완비하고 자금 및 원조를 비축하는 긍정적 신뢰 구축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정부의 신뢰외교는 편협한 주관주의나 정치적 낭만주의가 아닌 역사적 경험”이라며 “신뢰 없는 평화는 깨지기 쉬운 거짓 평화이며, 신뢰에는 오랜 과정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 귀환 결정을 했지만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3-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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