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사태로 본 득실은

北 무인기 사태로 본 득실은

입력 2014-04-12 00:00
수정 2014-04-1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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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저강도 도발’에도 속수무책…심리적 부담 커져, ‘완제품’ 무인기 얻어…첨단 대응 장비 도입 근거로

북한 소형 무인기는 기술 수준이나 파괴력 등의 측면에서 미사일 발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의 포격 도발 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이 낮다. 하지만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단지 추락했을 뿐인데도 우리 정부와 군에 심리적 부담감을 줬다는 것 자체만으로 북한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번 추락 무인기 사태는 북한의 NLL 포격 도발과 맞물리며 우리 군의 책임론이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군은 북한의 해상훈련에 ‘신속·정확·충분성’의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하며 무력시위에 대한 준비태세를 과시했지만, 하루 뒤 발견된 무인기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선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들어왔지만 기체가 추락하기 전까지 우리 군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파주 무인기가 추락한 지 9일이 지나서야 1차 조사 결과를 보고받는 등 군의 보고 및 대응체계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이후 대남 도발에 대한 태세는 더욱 강화됐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저강도 위협’에는 속수무책임을 자인한 꼴이 됐다.

하지만 군으로서는 북의 저강도 도발에 대응할 장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얻은 것도 있다. 국방부는 11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탐지·식별·타격체계를 최단 시간 내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0대 미만의 이스라엘제 저고도레이더를 올해 안에 긴급 도입해 국가 중요 시설과 서부전선의 주요 축선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또 전방 경계 강화를 위해 차기 열상감시장비(TOD)와 다기능관측경 등의 감시장비도 보강할 계획이다. 소형 무인기 타격체계로는 독일제 레이저무기가 검토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국제 공조를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역설적으로 우리 군이 ‘완제품’에 가까운 북한 무인기를 직접 손에 넣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무인기의 인공위성위치정보(GPS)를 비롯, 배터리, 엔진 등을 통해 북한의 통신기술과 IT기술력, 배터리 제작 수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군은 GPS칩 분석을 통해 북한의 IT기술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4-04-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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