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피해 최소화, 정부는 갈등 완화 주력
文대통령·30대 그룹 총수 10일 회동 주목홍남기·김상조, 현대차·SK·LG 사전 면담
아베 “韓, 징용문제처럼 제재 안 지킬 것”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6시 40분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지난 4일 일본이 단행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출장으로 알려졌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청와대와 재계 등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만남을 가졌다. 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만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신 회장은 일본 출장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역시 이날 오후 6시 40분 비행기로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출장길에 올라 불참 가능성이 높게 관측됐지만, 이 부회장의 출국 시간이 당초보다 미뤄진 점 때문에 이 부회장이 김 실장 등과의 만남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청와대가 지난 4일 일본의 조치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한 데 이어 10일 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면담을 앞두고 관련 업계 현황과 향후 대책 등의 의견을 듣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이 주요 기업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대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민간과 정부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되 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의 대응 전략을 이어 가기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청와대는 이날 회동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면담 내용이 공개될 경우 사안을 타개하려는 기업의 역할이 제한되고 우리의 ‘카드’를 다 꺼내 보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조치로 보인다. 대통령 대신 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일본의 보복 조치 대응에 나서는 것 역시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부가 기조를 잡아서 대응하지만 민간 역시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며 다각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조치로 읽힌다. 우리의 최종 목표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한일 관계가 완전히 등 돌리는 단계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도 강경 발언을 이어 가며 한일 갈등을 부각시켰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무역관리 규정도 어길 것이 당연하다”며 한일 갈등에 대북 제재 이슈를 끌어들였다. 이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를 흔들고 국제 여론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07-08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