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지지층 끌어안으며 쇄신으로 외연 확대 숙제친노 프레임 탈피ㆍ새누리당 검증파고도 ‘넘어야 할 벽’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3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겨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그러나 야권 단일후보 자리에 오른 문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대명제를 완수하려면 그의 앞에 무겁고 엄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무엇보다 안 후보와 중도층ㆍ무당파로 대표되는 안 후보 지지층을 이탈없이 고스란히 끌어안으면서 지지층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문 후보는 일찌감치 ‘아름다운 단일화’를 약속하며 ‘통큰 양보’를 내세웠지만, 단일화 룰에 대한 양측의 극한대치 속에 안 후보의 일방적 사퇴로 귀결된 이번 단일화 과정은 그에게 ‘단일화 승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처를 안겼다.
이 과정에서 ‘맏형’ 이미지는 일정부분 퇴색됐고, 지난 10ㆍ26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안 후보가 박원순 시장의 손을 맞잡고 양보했던 ‘아름다운 담판’의 모양새도 재연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중도하차로 상처받은 그 지지층을 포용하면서 자신이 공언한대로 가치연대에 터잡은 세력통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중대 임무를 떠안게 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안 후보와의 ‘새정치공동선언’에 담긴 대선 승리를 위한 공조와 정권교체 이후의 연대ㆍ협력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행해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선거 과정에서 안 후보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발등의 불’이다.
안 후보는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주문했지만, 향후 문 후보를 어떻게 도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문 후보가 조만간 안 후보를 만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도 안 후보의 지원에 대한 절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자 대결구도에서 박 후보에게 한참 뒤지던 문 후보의 지지율이 뛰어오른데는 무엇보다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린 안 후보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미완의 숙제’로 남긴 정치개혁ㆍ혁신을 완결하는 것도 문 후보가 떠안은 큰 임무이다.
근본적 쇄신으로 기성정치권에 대한 염증ㆍ불신을 털어내면서 안 후보가 상징한 ‘변화’, ‘새 정치’의 이미지를 흡수하는 것은 표 확장성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 의지를 실천하지 않고는 그가 강점으로 내세운 ‘정당 기반’이란 무기는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친노 프레임’을 극복해내며 당내 화합과 국민통합의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도 문 후보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숙제이다.
문 후보는 그동안 재벌개혁 및 양극화 해소 실패 등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연신 머리를 숙이며 참여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지만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인 그에게 덧씌워진 친노 이미지는 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족쇄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친노 9인방과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대표를 ‘읍참마속’ 했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선을 털어내야 하는 처지다.
당장 새누리당은 그를 ‘실패한 노무현정부의 2인자’로 몰아세우면서 이번 본선 구도를 ‘박근혜 대 노무현’의 대리전으로 끌고갈 태세이다.
이 과정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을 둘러싼 여권의 파상공격를 비롯, 안보관에 대한 공세도 뛰어넘어야 한다.
문 후보는 NLL 포기 발언과 관련, “사실이라면 대신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며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10ㆍ4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참여정부 시절 추진한 과제에 대한 입장 번복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문 후보를 향해 더욱 거세질 새누리당의 검증 공세를 피해갈지도 관건이다.
문 후보는 그동안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의혹과 부산저축은행 수임 의혹,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에 대한 변호인 참여, 경남 양산 자택에 있는 불법 건축물(사랑채) 누락 문제 등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투기 의혹 3건 등 10건 정도의 의혹을 준비 중”이라고 예고해온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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