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北 평화협정 공세 왜

[뉴스&분석] 北 평화협정 공세 왜

입력 2010-01-14 00:00
수정 2010-01-1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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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게임’ 전술로 6자회담 교란, 강성대국 건설용 경제지원 유도

북한이 연일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카드가 아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체결된 ‘9·19공동성명’에 이미 해법이 올라 있는 사안이다.

오래 전부터 북한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몇 가지 카드를 손에 쥐고 주요 국면에서 번갈아 가면서 특정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측과 미국 등 협상 당사자들을 교란시켜 왔다. 어떤 때는 ‘하트’(평화협정), 어떤 때는 ‘다이아몬드’(경제지원), 어떤 때는 ‘스페이드’(경수로 지원)를 내미는 식이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북한이 마치 ‘포커게임’을 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속내를 다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회담을 제안했다. 특히 평화협정 논의 방식과 관련, 6자회담 틀내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며 슬쩍 6자회담 복귀와 평화협정체결 문제를 연결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의 핵 문제에 집중된 6자회담에 평화협정을 전제조건이나 동시 해결 과제로 제시, 6자회담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외무성 성명 발표 이후 주중·주러 북한 대사가 외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정전협정 대상국이 아니기에 평화협정회담의 당사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도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국제사회의 경제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6자회담 재개는 필수적이다. 반면 북핵 문제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1994년 10월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체결, 핵을 동결하는 대신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으로부터 1000㎿급 경수로 2기를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북한은 마치 북핵문제 해결에 유화적인 태도를 견지한 듯 행동했다. 그러나 북한의 유화적 태도 카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995년 5월 북한은 원자로 부속물, 원자로 기술자 훈련을 위한 모의장치 건설 등을 이유로 제네바합의에 명시되지 않은 10억 달러 상당의 경제·기술적 지원을 요구했다.

북한의 포커게임 전술은 6자회담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경수로 사업 재개를 6자회담 참가국이 약속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겠다는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이로 인해 당시 도출된 9·19 공동성명에선 5개국이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안(3항)이 포함됐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0-01-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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