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치킨게임’ 국면…강 대 강 대치

북·미 ‘치킨게임’ 국면…강 대 강 대치

입력 2010-11-22 00:00
수정 2010-11-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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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우라늄 카드’ 과시에 美 ‘비핵화 압박’…막후대화 모색 가능성

우라늄 농축을 둘러싼 북.미간 기싸움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발전할 조짐이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의 핵인 원심분리기 카드까지 공개하며 ‘대화 압박’에 나서자 미국은 이에 물러서지 않고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겨냥한 ‘비핵화 압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흐르는 듯하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격한 불안정 기류에 휩싸이는 흐름이다.

 21일 급거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은 이번 파문에 대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기류를 정확히 대변해주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22일 오전 약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파문을 ‘도발행위’라고 규정하면서 “포용을 위한 포용은 없으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며 “근본적으로 북한이 (비핵화의) 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있는 행동을 선행하지 않으면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6자회담 재개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국의 이 같은 원칙론적 입장정리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일관되게 견지돼온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과거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휘말려 양보와 타협을 거듭해온 전철을 되풀이지 말고 북한이 근본적인 태도변화에 나설 때까지 압박을 유지하는 전략적 대응이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독자적 판단가 더불어 대북 압박공조의 중심 틀인 한.미.일 공조체제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특히 우리 정부는 우라늄 카드 파문 이후 ‘선(先) 비핵화-후(後) 6자회담’ 기조를 적극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입장은 한.미,나아가 한.미.일간에 긴밀히 조율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강(强) 대 강(强) 대치에 돌입하면서 앞으로의 상황이 어디로 튈 지 모를 예측불허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보즈워스 대표가 이날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해 “안갯속(foggy)”라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북한은 계속 핵위협 카드를 노골화하며 긴장수위와 충격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미국 학자들을 불러 ‘HEU 프로그램’으로 사용될수도 있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한 만큼 다음 수순은 보다 강경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특히 일각에서는 3차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외신에서는 북한이 두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새로운 갱도를 만들며 핵실험 ‘준비단계’에 돌입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비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를 통해 “미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끝내 방해하고 조선에 압박을 가하는 길을 택한다면 ‘두 통로’의 다른 한쪽인 핵억제력강화노선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조선을 떠밀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한.미.일 제재공조와 5자 협의 프로세스를 강화하며 대북 압박을 가일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보즈워스 대표가 이날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고 22일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대북 포위망’ 구축 차원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적극적 외교교섭에 나설 방침이다.위성락 본부장은 지난 18일 일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난데 이어 이날 베이징으로 건너가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날 예정이다.한.미의 북핵 최고당국자들이 서로 엇갈려가며 5자협의 과정을 밟는 셈이다.

 5자협의의 주목적은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비핵화 조치를 선행하도록 압박하는 것이지만 그 초점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우라늄 농축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이번 사안이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인 1874호의 정면 위반이라는 점을 들어 안보리 대응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며 북한이 취해야할 비핵화 선행조치의 리스트에도 포함시킬 것으로 관측된다.또 우라늄 농축을 6자회담의 새로운 의제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은 유엔 안보리 1874호와 9.19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6자관련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지를 협의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에 실질적 영향을 가진 중국을 설득하는데 외교력이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중국을 일종의 중재자로 세워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역할을 만들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즈워스 대표의 중국 방문에 이어 이날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중이 향후 한반도 정세 전개에 의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6자회담 조기 재개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으나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전제조건화하자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여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6자회담 재개의 조건과 수순을 놓고는 미.중이 G2(주요 2개국) 차원의 전략적 틀 속에서 일정한 타협의 여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내부에서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질 경우 6자회담은 물론 ‘의도파악’을 명분으로 한 북한과 미국간 대좌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협상이 시도되는 시기로 내년초를 상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핵위협 카드를 노골화하는 북한과 역으로 대북 압박공조를 강화하는 한.미.일의 대립각이 커지면서 연말 한반도 기상도가 극도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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