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재산정리’ 카드로 관광재개 압박

北 금강산 ‘재산정리’ 카드로 관광재개 압박

입력 2011-06-17 00:00
수정 2011-06-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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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정리 조치 여부 주목..정부 대응전략 부심



북한이 17일 금강산국제관광특구 내 몰수ㆍ동결한 남측 자산에 대해 ‘재산 정리’라는 새로운 카드를 뽑아들었다.

지난해 4월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ㆍ동결에 이어 올해 들어 현대아산에 대한 금강산관광 독점권 취소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정(4월), 관련법 발표(6월2일) 등에 이어 재산 정리라는 추가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북측은 이날 “특구 내의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정리하게 된다”면서 “특구에 부동산을 가진 모든 남측 당사자들은 동결, 몰수된 재산의 처리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금강산에 들어올 것을 통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최근 남북 간 비밀접촉 폭로로 미묘한 정세에서 나온 것이어서 북측의 의도가 더욱 주목된다.

북측이 지난해 몰수한 남측 자산은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 소방서,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이다. 또 동결 자산은 민간 소유의 금강산호텔, 외금강호텔, 온정각 동ㆍ서관, 금강산패밀리비치호텔, 고성항횟집, 금강산 아난티 골프, 스파리조트 등이다.

이날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밀접촉 폭로 이후에도 금강산관광 재개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북측은 ‘재산 정리’라는 표현으로 몰수ㆍ동결한 남측 자산을 제3자 등에게 처분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를 통해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남남갈등과 민간기업의 대정부 압박 등을 유도하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북측은 이날 발표에서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의 많은 투자자와 관광업자들이 금강산국제관광사업에 참여할 것을 적극 제기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와 대북 전문가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포장’이라는 해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관광 문제를 쟁점화해서 우리 정부를 흔들어보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사업자 간 계약과 남북 당국 간 합의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고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북측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재산 정리’라는 표현으로 압박은 하고 있지만, 속내는 남측에 금강산관광을 빨리 재개하자는 메시지가 깔렸다”고 해석했다.

북측이 ‘재산 정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동결ㆍ몰수한 남측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남측 자산을 북측이나 제3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그러나 남북 당국 간 및 사업자 간 합의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깬 북측에 외부 투자자가 북측과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 투자자가 투자 의사가 있어도 남측이 배제된 상황에서는 사업성을 보장하기도 쉽지 않다.

북측이 30일까지 금강산에 들어오라고 요구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통고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향은 앞으로 사업자들과 협의하여 정해나갈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사과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정부로서는 북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북측의 요구에 응해도 북측이 진전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측이 ‘재산 정리’와 관련해 당장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간을 두고 뜸을 들이면서 대남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여곡절 끝에 북측의 요구대로 금강산에 들어가면 남북 당국 간에 회담까지는 아니어도 금강산 관광문제에 대한 협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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