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성민 사건후…북한에서 자살하면 어떻게

故조성민 사건후…북한에서 자살하면 어떻게

입력 2013-01-10 00:00
수정 2013-01-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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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의사들 “南 높은 자살률은 ‘의지부족’ 때문”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자료사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자료사진)
고(故) 조성민 씨의 자살 이후 모방자살이 증가하는 등 사회문제가 되는 가운데 폐쇄국가인 북한에서는 자살자를 ‘조국에 대한 배반자’로 간주한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10일 서울대의대 통일의학센터 박상민 교수팀이 한국에 거주 중인 탈북 의사 3명을 면담한 논문 ‘북한 의사들이 바라보는 북한의 정신의학 현황’에 따르면 북한에서 자살자는 민족에 대한 반역자, 조국에 대한 배반자, 변절자 취급을 받는다.

이들 탈북 의사는 북한에서 10년 이상 의사로 일했다.

이들은 면담에서 “북한에서는 거의 자살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북한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살을 하나의 선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만약 자살을 하는 경우에는 유가족들의 출신 성분이 강등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살 시도가 없는 것 같다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만약 자살 시도가 있더라도 당국이 이를 감추려 할 것으로 이들은 예상했다.

이들은 남한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선 “남한 국민이 지나치게 잘 살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탈북자 중 자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나친 요구나 기대, 욕심을 갖고 남한에 왔다가 이게 이뤄지지 못해 자살하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또 남한에 온 뒤 자살하는 사람도 많고, 유명한 사람도 자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도 자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북한의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이나 치료방식도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북한에서는 한국의 정신건강의학과가 ‘49호’로 불린다. 49호병원은 도(道)마다 있으며, 군(軍)병원 등에도 진료과목이 있다.

이곳에서는 이유없이 난폭한 행동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동이 있거나 망상이나 환각이 동반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신질환에 대해 북한에서도 일부 약물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비약물 치료법으로는 노동을 통한 작업요법이나 산책 같은 게 시행될 뿐 상담이나 심리적 접근 방식의 정신치료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상민 교수는 “북한 언론에서는 남한의 높은 자살률을 체제 우월성의 증거로만 사용하고 북한 주민의 자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의 자살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일 후 자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사회적응이 어려워지면 북한 주민의 자살률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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