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등장 주목…한미 대화강조 후 행보에 시선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여온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이 최근 뜸해졌다.지난 1일 최고인민회의를 마지막으로 14일 현재 거의 2주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남측은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온갖 위협을 계속했던 북한이 향후 행보에 대한 고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 김정은 12일간 공개행보 없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2주 정도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24일 만에, 같은 해 10월에는 보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일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올들어, 특히 한반도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린 3월 이후 공개활동이 활발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그는 올들어 지난 1일까지 총 43회의 공개활동을 했다.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의 일수가 총 91일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꼴로 활동이 공개됐다. 지난달에는 하루에 3번 공개활동을 하는가 하면, 나흘 연속 군부대만 방문한 적도 있다.
김정은의 모습이 뜸해지자 시중에서는 북한 내부의 쿠데타 설이나 고모부이자 핵심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성택 감금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보 당국은 14일 “확인되지 않은 설”이라고 일축했다. 또 김정은의 신변에 특이동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정부 당국은 김일성의 생일(태양절)인 15일을 주목하고 있다. 할아버지 후광을 통치에 활용해온 김정은이 2월 16일 김정일 생일에 이어 15일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당연히 참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심리전”이라면서 “갑자기 두문불출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시선을 끌고, 상대로 하여금 초조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대남·대미 심리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김정은, 국면전환 나설까
북한이 그동안 해오던 대로 긴장 고조의 가속페달을 계속 밟을지 아니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할지에 이목이 쏠려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11일 ‘통일부 장관’ 성명으로 사실상 대화제의를 하고, 12일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북측과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힌 상황이어서 북한도 고심에 들어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15일 이후 북한의 국면전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대화제의와 미국의 대화 강조로 북측으로서는 나름대로 명분이 생긴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압박에 미국과 남측이 굴복하고 들어왔다고 내부적으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긴장 완화를 요구하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계속 강경으로 치달으면 체제의 내구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가속페달에서 발을 내려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남측의 대화제의 강도가 약하고, 국제 의무 준수 등을 강조한 케리 장관의 대북 메시지도 큰 틀에서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한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측 입장에서는 여전히 명분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북한이 국면전환에 나서기보다는 전열을 재정비하며 긴장 조성을 지속하고, 잘해야 긴장 수위를 조금 조정하는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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