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봉인 등 北이 시설점유 못하게 조치
정부는 개성공단 잔류 인원 철수 완료 후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을 북한이 점유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단전·단수 등 다양한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통일부 당국자는 29일 개성공단 ‘봉인’ 문제와 관련해 “입주기업들이 철수하며 북한이 공장 설비를 임의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일단 공장 문을 걸어잠갔다”며 “단전·단수 등의 문제는 정부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 주 별도의 단전·단수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한국전력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철수하면 전기와 용수 공급은 자연스럽게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하루 6만t 규모의 용수 공급을 담당해오던 한국수자원 공사 직원들이 없으면 개성공단에는 상하수도 시설과 정·배수장을 관리할 인력이 남지 않게 된다. 개성공단 북측 관리 직원 가운데 상하수도 기술사가 있다면 북한이 임의적으로 시설을 가동시킬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전기가 끊기면 가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기 10만㎾(한 달 기준)는 전부 남측 문산 변전소에서 송전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가동이 중단되고 우리 인력도 없는 개성공단에 매달 10만㎾에 달하는 전기를 보낼 이유가 없을 뿐더러, 사람이 없는 공장에 전기만 가면 화재 등 사고 발생 위험도 높다”며 단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제는 단전에 이어 단수 조치까지 취해지면 개성 시내 물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전기는 개성공단에만 공급되지만 남측이 공급해온 6만t의 물 중 1만 5000t은 개성시 생활용수로도 사용돼 왔다. 전문가들은 인도주의적 문제까지 발생할 공산이 큰 데다 북한이 이를 빌미로 남측 자산을 몰수·압류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전·단수는 북한을 치명적으로 아프게는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개성시 5만명의 식수 공급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해 북한을 자극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다음 달 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까지는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3-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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