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고립 탈피 노력 지속…내달 한미합동군사훈련 변수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협정 60주년 기념행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북한은 올해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하는 등 집권 2년차인 김정은 체제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잔칫상’을 차렸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앞으로도 큰 틀에서 유화적 대화 제스처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 기념행사를 통해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탈피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방북한 시리아 대표단과 회담을 했고 우간다, 잠비아, 콩고, 앙골라, 쿠바 등 각국 외국 사절단을 접견했다.
김 제1위원장이 그동안 외교 인사로는 중국 공산당 대표단을 접견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외교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 CNN방송, ABC방송, AP통신을 비롯한 서방 언론을 대거 초청한 점도 국제사회를 향한 나름의 개방적 메시지로 읽힌다.
이런 행보는 큰 틀에서 지난 5월 22∼24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후 계속되는 대화 기조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중국, 미국과 관계개선을 목표로 핵 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지난 25일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을 지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 제1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김 제1위원장은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개관식 등의 행사에도 리위안차오 부주석을 초청하며 북중관계를 강화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북한이 다양한 정전협정 행사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도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는 상황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북한의 적극적 대외 행보는 국제적 여론을 개선할 필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체제가 경제특구 확대 등 경제발전에 집중하려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고 외국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대화, 협력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북핵 6자회담이나 북미 고위급 대화에는 적극적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사회에 대화할 의지를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거듭 주장하면서 지난 6월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한 것처럼 대화 공세를 다시 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등의 ‘선(先)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정 부분 성의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답보 상황과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례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지난 25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내달 중순부터 UFG를 이유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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