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나흘째 대남 공세…남북관계 ‘새판짜기’ 노리나

北, 나흘째 대남 공세…남북관계 ‘새판짜기’ 노리나

입력 2013-09-24 00:00
수정 2013-09-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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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1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뒤 나흘째 대남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부각해 남북관계의 변화를 유도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목적에서 이런 공세를 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인륜과 담쌓은 자들의 파렴치한 악담’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인륜과 담을 쌓고 인도주의를 모독하는 자들이 ‘반인륜적’이니 뭐니 하며 우리를 걸고드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남한 정치권이 북한의 갑작스러운 이산가족 상봉 연기 조치를 ‘반(反) 인륜’, ‘반인도주의’라고 지적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신문은 남한 정부가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끌어들이는 등 ‘동족대결’에 열중한 탓에 결과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연기됐다며 남한 정부야말로 “인륜을 짓밟고 인도주의를 난탕치는(마구 어지럽히는) 특대형 범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3일에도 노동신문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원칙론’이 본질적으로는 대결정책이며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근본 요인이라고 비난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남 비난을 자제하는 듯하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연기를 계기로 연일 비난 공세를 펼치는 것은 남북관계를 남한이 주도하는 양상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 당국이 지난달 14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고 이달 16일 공단이 5개월 만에 재가동에 들어가자 남한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의 원칙론이 북한을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축사를 통해 내놓은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북한이 수용하고 상봉 시점이 추석 직후인 이달 25일로 정해지자 이산가족 상봉도 남한이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치를 경우 두 사안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남한 정부의 방침이 자연스럽게 관철되는 상황이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갑자기 연기하고 대남 비난 공세로 남북관계의 냉각 국면을 이어가는 것은 이런 상황 전개에 일단 제동을 걸어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너무 끌려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으로 냉각기를 만들어 남한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판’을 바꾸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일단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서 남한 정부의 보다 유연한 입장을 유도하고 이를 시작으로 대북 정책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한 남한의 전향적인 입장”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박근혜 정부 ‘원칙론’의 폐단을 부각시켜 남한 ‘길들이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간 대결 구도를 원하는 것은 아닌 만큼 냉각 국면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경제발전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각종 제재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북한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작은 계기만 마련돼도 남북관계는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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