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張숙청 후 내각기능 회복 양상…박봉주 역할 주목

北, 張숙청 후 내각기능 회복 양상…박봉주 역할 주목

입력 2013-12-29 00:00
수정 2013-12-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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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 개최…총리 경제현장 시찰 재개

북한 내각이 장성택 숙청 이후 ‘경제사령탑’으로서의 기능과 위상을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성택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박봉주 내각 총리도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어 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박봉주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열려 올해 농업부문 성과를 총화하고 내년 농사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내각총리가 주재하는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2002년 7·1경제개선조치 시행 다음 해인 2003년부터 매년 정례화된 회의로 보통 1월, 4월, 7월, 10월 등 3개월마다 한 번씩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10월에 이어 12월에도 열려 5회나 소집된 것이다.

특히 박 총리는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공식행사는 물론 경제현장에 대한 단독 시찰에 나서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7일 박 총리가 평양 용성-서포지구의 주택 건설현장과 평양비행장 2항공역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장성택 숙청 결정(12월 8일), 김정일 2주기(12월 17일),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12월 24일) 등 중요 행사를 치르면서 잠시 주춤했던 박 총리의 경제현장 단독 시찰이 다시 재개된 것이다.

박봉주 총리를 위시한 내각의 이런 활발한 움직임은 경제분야 전반에서 장성택의 ‘물’을 빼고 그동안 위축됐던 내각의 역할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장성택을 숙청한 죄목 가운데 그가 내각책임제에 해독을 끼쳤다는 주장을 포함했다.

북한은 또 내각의 역할 회복을 위해 최근 내각의 실무를 총괄하는 내각 사무국장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달 27일 직책상 상(相·우리의 장관)급인 내각 사무국장은 내각에서 ‘참모장’ 역할을 수행한다며 김정하를 내각 사무국장으로 소개했다.

전임자인 김영호는 2005년부터 내각 사무국장을 지내며 장성택과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호가 장성택 처형 다음날인 13일까지 공개활동에 나섰던 것으로 미뤄 내각 사무국장 교체는 장성택 처형 이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하 신임 내각 사무국장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성택은 자기 부서가 중요 경제부문을 틀어쥐게 하고 내각을 무력화시키면서 지하자원을 헐값에 팔아먹고 빚까지 지게 만들었다”며 장성택을 비난했다.

이어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모든 것을 바로 잡아나갈 것이라며 “지금 내각에서는 나라의 경제사업에서 질서가 흐트러진 부문에 대한 지도와 장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내각의 역할 회복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장성택 숙청 이후 군부가 장성택에게 일부 빼앗겼던 어업권 등을 되찾으며 이권 챙기기에 활발히 나서는 것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한 대북소식통은 “지금 북한은 군부와 내각이 장성택 세력이 갖고 있던 각종 이권사업과 외화벌이 수단을 더 많이 나눠 가지려고 경쟁하는 형국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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