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를 사전에 확인해 감시하고 있었다. 미사일은 지난 26일 오전 5시 30분께 발사됐으며, 대탄도탄 감시 레이더와 지상 감시자산에 탐지됐다.
전방 부대에서 운영하는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돼 합참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상승 단계부터 동체가 비정상적으로 회전하다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모습까지 식별됐다.
영상에는 비행 초기부터 구불구불하게 형성된 항적이 또렷이 나타났다. 정상적으로 날아가는 모든 탄도미사일은 반드시 직선 궤적을 그려야 하는데 북한 미사일은 그렇지 않았다.
북한 미사일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을 보이다가 잠시 후 완전히 중심을 잃고 빙글빙글 도는 텀블링 현상을 보였다.
이어 추진체의 정상적인 화염이 아닌 다른 형태의 불이 붙었고, 곧 미사일이 터지면서 산산조각이 나 수십 개 파편으로 분해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주장대로 3개의 탄두가 정상 분리됐다면 3개의 깨끗한 직선 항적이 보여야 했다.
북한은 발사 다음 날인 27일 관영 매체를 통해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1계단 발동기를 이용”했고, 분리된 탄두들이 “설정된 3개의 목표 좌표점들로 정확히 유도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에 해당하는 미사일 시험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기만 가능성은 전날 공개한 발사 장면 사진에서부터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공개 사진의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인 화성-17형과 유사한데 사진상 화염은 고체연료처럼 넓게 퍼지는 형태였다”며 “북한이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발사 장면 사진에 이동식 발사대(TEL)가 보이지 않는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TEL을 토대로 발사 기종 유추가 가능하고, 통상 성공적 발사 때는 TEL을 공개하는데 이를 숨겼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물론 북한이 정말 새로운 미사일을 만들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런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지만, 굉장히 초반에 터져서 분석하려고 해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발사 당일이던 26일에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다가 실패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발사 장소가 최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많이 쏜 곳이고, 공개할 수 없는 다른 첩보 등을 종합할 때 극초음속이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실제로 다탄두 미사일을 시험했다가 실패로 끝났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군 관계자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기술이 필요하고 그게 북한이 추구하는 방향이지만, 두 기술 모두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미가 공동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단 북한이 쏜 미사일의 연료는 TOD에 포착된 화염 형태 등으로 미뤄 북한 주장처럼 고체연료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이 허위 주장을 펼친 이유에 대해서는 한미가 “실패를 덮기 위한 과장”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미사일 파편 일부가 내륙에 떨어져 주민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주민 불만을 잠재우고자 ‘다탄두 시험’ 주장을 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은 “향후 북한은 이번에 실패한 미사일의 재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후속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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