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출퇴근지옥
4일 ‘눈폭탄’에 새해 첫날 출근길은 ‘지옥길’을 방불케 했다. 경기 분당에 사는 신입사원 김인경(25·여)씨는 눈이 2~7㎝가량 온다는 기상청 예보에 평소보다 30분 빠른 7시 정각에 집을 나섰다.서현역 부근에서 7시15분쯤 버스에 올랐지만 버스는 좀처럼 분당 시내를 빠져 나가지 못했다. 버스가 경부고속도로 판교 인터체인지 부근에서 멈춰 서 버린 것이었다. 회사에 비상연락을 한 버스 기사는 “낮 12시나 돼야 목적지인 종각에 도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버스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김씨는 결국 8시30분쯤 다른 승객 10여명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눈 덮인 차도 위를 한 시간가량 걸어 다시 서현역으로 돌아갔다.
●급행전동차 운행안해 발동동
하지만 지하철도 정상이 아니었다. 플랫폼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전동차도 ‘막히는’ 사태가 빚어졌고, 김씨는 종로1가 회사 사무실에 11시가 다 되어서야 출근할 수 있었다. 집을 나선 지 4시간 만이다. 눈이 오지 않았다면 한 시간 거리였다.
김씨는 “신입사원으로서 첫출근인데 지각을 해 너무 당황했다.”면서 “평소에 눈이 오더라도 이렇게까지 막히지는 않아 30분 일찍 출발한 것인데 눈 덮인 차도 위를 한 시간 동안 걸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하철로 부천에서 서울 삼성동까지 출근하는 정모(33)씨도 평소보다 2배 가까운 2시간 반이 걸렸다. 정씨는 동인천~용산 급행열차가 운행하지 않아 일반열차를 타야 했고, 개찰구에서 전동차에 몸을 싣는 데만 20분 넘게 걸렸다.
●퇴근 지하철도 ‘지옥철’ 방불
걷는 게 오히려 빠른 경우도 있었다. 서울 홍은동에서 미근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김모(34)씨는 눈이 오자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탔지만 홍제역에서 버스는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홍제역부터 미근동까지 3.5㎞를 세차게 내리는 눈속을 뚫고 걸었다. 차들이 무악재를 넘지 못해 홍제역 부근부터 도로가 꽉 막혔기 때문이다.
미끄러져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량도 10대 가까이 됐다. 또 1t 트럭이 길가에서 미끄러지면서 뒤따라 오던 차량들도 줄줄이 멈춰섰다. 차량들이 미끄러운 언덕을 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으면서 무악재 정상 부근은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다.
퇴근길 도로상황도 출근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퇴근 시간 무렵부터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가 눈이 쌓인 도로는 빙판으로 변했고, 차량들은 엉금엉금 기다시피 했다.
지하철은 차를 두고 퇴근하는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지옥철을 방불케 했다. 일부 기업 직원들은 퇴근길이 막막하자 아예 5일 휴가를 내기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0-01-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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